부동산
박원순 우클릭?…`고밀도 개발` 주장한 전문가 영입
입력 2020-05-06 17:22  | 수정 2020-05-06 23:01
서울시의 대표적 역세권 개발사업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전경. [사진 제공 = 서울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6일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을 발표하며 고밀도 개발의 일종인 역세권 활성화를 내걸면서 서울시의 도시 개발에 대한 태도가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의 '재생·보존 중시'에서 '필요하면 과감히 개발하자'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 비서실 참모진에 더불어민주당 내 실용파가 연이어 영입되면서 이 같은 변화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박 시장이 2년 뒤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선 지금까지처럼 지지부진한 도시정책을 탈피해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국토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역세권 민간주택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앞으로 역세권의 범위가 250m에서 350m로 확대되고 용도지역이 상향 조정된다. 앞서 서울시는 홍대입구역, 방학역 인근 5곳을 역세권 개발 시범사업지로 선정하고 용도 상향 조정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줬다. 이 같은 기조는 보존과 도시재생을 중시했던 그동안의 도시 개발과는 다른 흐름이다.
최병천 민생정책보좌관
지난달부터 서울시 비서실에 합류한 두 인물(고한석 비서실장, 최병천 민생정책보좌관)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중도층 외연 확대를 위해 '우클릭'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며 "고한석 실장은 빅데이터 전문가로, 최병천 보좌관은 민주당 우파(진보진영 내 실용주의자)로 통한다. 둘 다 실용파"라고 전했다. 무려 7년간 서울시장이 주재하는 거의 모든 회의에 참석하며 진보성향 정책을 주도했던 권정순 민생정책보좌관이 정책특보로 한발 물러선 것이 가장 인상적이다. 이 자리에 '실용파'로 분류되는 최 보좌관이 임명된 것이 도시 개발 흐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인물 중 최 보좌관은 서울 내 도심 고밀도 개발, 건설투자 확대 등이 평소 지론이어서 새로운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 보좌관은 민병두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연구원, 소득주도성장위원회 연구원 등을 거쳤다.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출범 이후 시뮬레이션을 통해 통합당의 원내 제1당 가능성을 최초로 제기해 민주당도 비례 위성정당을 창당하도록 하는 단초를 마련한 여권 내 대표적인 '정책·기획통'으로 꼽힌다. 최 보좌관은 "이념에 얽매이기보다는 실제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기반으로 판단하려 한다"면서 "그러다 보니 부동산 쪽 도심 고밀도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SNS를 통해 영국 사례를 들어 도심개발 필요성을 제기했다. 최 보좌관은 "전통을 중시하는 찰스 왕세자는 개발에 비판적이었던 반면, 노동자 계급 출신 켄 리빙스턴 런던시장은 적극적인 개발론자였다"며 "리빙스턴 시장은 세계적 건축가인 리처드 로저스를 '건축과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앉힌 후 고밀도 건물의 필요성을 주창했다"고 강조했다. 개발 이슈가 진보에 적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가장 비싼 주거지인 '팰로앨토 지역'은 2층 주택이 일반적이다"며 "저층·저밀도 개발은 공급을 제한해 새로 도시에 진입하려는 수요(주로 청년층)를 차단하는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밝혔다. 다만 최 보좌관은 "개발 이익의 절반가량을 더 가난한 사람의 주거공간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며 공공성 확보도 강조했다. 도심 고밀도 개발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 최 보좌관의 '건설투자론'이다. 그는 "이명박정부의 4대강과 같이 실효성이 없는 분야가 아니라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한 건설투자가 요긴하다"고 밝혔다.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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