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SK이노베이션, 1분기 1조 7752억원 적자…창사이래 최악의 실적
입력 2020-05-06 10:27  | 수정 2020-05-13 10:37

SK이노베이션이 올해 1분기 1조 775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창사이래 최악의 실적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도 1분기 매출 11조 1630억원, 영업손실 1조 7752억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2.6% 감소해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2019년도 4분기 대비 매출은 6255억원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조 8977억원이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하락으로 대규모 재고관련 손실이 발생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석유제품 수요부진으로 인한 정제마진 약세로 석유사업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1962년 창사 이후 오일쇼크 여파로 1977년 첫 적자를 기록한 적이 있으며 국제유가가 급락했떤 2014년에도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번 SK이노베션의 1분기 적자 규모는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2014년 연간 적자보다도 10배나 큰 규모다.
특히 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관련 손실 규모는 9418억원으로 전체 손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결국 항공유와 휘발유 등 상품 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낮아지는 역마진 등으로 석유사업에서만 1조 636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 또한 유가하락으로 인한 석유제품 판매단가 하락과 수요 위축에 따른 판매 물량 감소로 분기 매출 기준으로 2017년 2분기 10조 541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환율 강세에 따른 환차손 영향 등으로 2720억원의 영업 외 손실까지 더해져 세전손실은 2조 47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1962년 회사가 정유 사업을 시작한 이후 최악의 실적으로 기록됐다.
문제는 2분기에도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데 있다. 1분기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이 악영향을 미쳤다면 2분기는 코로나19발 석유제품 수요 부진에 따른 매출 감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내 석유제품 소비량은 총 2억 2446만 배럴로 전년 동월 대비 7.41% 하락했다. 4월 석유제품 소비량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3월보다 더 나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국내 정유4사는 정제한 석유제품의 약 절반가량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데, 4월 이후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미국과 중국 인도 유럽 등의 석유제품 소비량이 급격히 감소한 만큼 2분기 실적 또한 예상보다 나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유업계 수익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히는 '정제마진(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비용을 뺀 값)'은 3월 말 이후 4월 말까지 7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정유 업계는 손익분기점이 되는 정제마진을 배럴당 4달러 선으로 보고 있는 만큼 4월 내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던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국내 정유4사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현실화되고 있다. 에쓰오일은 1조 72억원, 현대오일뱅크 5632억원, SK이노베이션 1조 7752억원으로 3사의 적자규모는 3조 3456억원에 달한다. GS칼텍스의 적자규모도 에쓰오일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유4사의 적자규모는 4조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분기도 예상보다 실적이 안좋을 가능성이 크다"며 "정유사들이 사상 유례없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부문 외에 화학사업 부문에서도 좋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화학사업에서는 전분기보다 제품 마진이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납사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971억원 줄어들어 89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화학사업의 분기 적자는 2015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윤활유사업 영업이익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인한 판매량 감소와 원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으로 전 분기보다 580억원 줄어든 289억원을 기록했다.
석유개발사업 영업이익은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페루 88, 56' 광구 운영 비용과 미국 자산의 감가상각비가 감소하며 직전 분기보다 41억원 늘어난 453억원을 거뒀다. 배터리사업은 작년 말 완공한 중국과 헝가리 생산 공장을 올해 상반기부터 양산 가동하며 초기 가동비가 발생했지만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전분기보다 영업손실폭이 75억 개선된 1049억원을 기록했다. 소재사업은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판매가 늘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36억원 늘어난 270억원을 거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에 놓여 있지만,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기회로 삼아 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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