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진통겪는 `한국형 SPV`…정부보증비율 딜레마
입력 2020-05-05 17:46  | 수정 2020-05-05 19:48
◆ 코로나 금융지원 대해부 ◆
정부가 추진 중인 20조원 규모 '저신용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기구'는 정부 보증과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활용한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그동안 회사채 발행 지원 등 다양한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저신용 회사채와 CP 매입에 있어서는 '사각지대'가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별도 특수목적기구(SPV)를 설립해 저신용 회사채와 CP를 매입하는 정책이 추진된 것이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재무부의 합작품인 미국 'CP매입기구(CPFF)'를 벤치마킹한 모델이다. CPFF는 연준이 SPV에 대출해주는 방식으로 자금이 공급되며, 재무부가 이 가운데 10%를 보증한다. SPV는 이렇게 마련된 재원을 활용해 시장에서 소화가 어려운 CP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미 재무부가 10%의 보증을 제공했다는 것은 연준과 재무부가 예상하는 손실률이 10%라는 의미다. 예를 들어 SPV가 1억달러어치 채권을 매입했다면 이 가운데 1000만달러어치 정도의 채권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손실이 2000만달러 발생했다면, 1000만달러는 정부가 손실을 메우고 나머지 1000만달러의 손실은 연준이 감당한다.

미국 모델을 따왔지만 한국에서는 기획재정부와 한은이 보증 범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기재부와 한은은 단순한 논리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기재부는 기재부대로, 한은은 한은대로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과 기재부는 보증 비율을 두고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나 여전히 입장 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코로나19 위기 와중에 기재부와 한은이 리스크를 둘러싸고 '핑퐁게임'을 벌이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4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기간산업안정기금 또한 보증과 관계돼 있다. 기금 조성을 위해 산업은행이 발행하는 채권에 정부가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설치를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정부 보증동의안은 지난달 29일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이기에 산은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축소된다. 발행한 채권은 시장 영향 등을 고려해 한은이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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