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학교로 쏠린 `방역부담`…"보건교사 부족·방역 업부 과중으로 비상"
입력 2020-05-05 15:14 

13일부터 고3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등교 개학이 시작되는 가운데 학교 내 보건 인력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학교에서는 감염증 확산방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보건교사의 업무가 과중되면서 학교의 방역 업무분담을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의 15%에 보건교사가 배치되지 않았다. 중학교의 경우 전체의 23%,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는 각각 13%, 8%가 보건교사가 없었다. 보건교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등 '보건인력'이 없는 학교도 전체의 6%를 차지했다. 특히 중학교의 경우 보건교사와 보건인력 모두 없는 곳이 14%에 달했다.
보건교사는 학교 내 유일한 의료인으로 학생의 건강을 관리하고 보호한다. 학생들에게 감염병 예방지침을 가르쳐주고, 코로나19 확진자나 유증상자가 학교에서 나왔을 때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읍면지역 일부 소규모 학교의 경우 보건교사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학교보건법은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하의 학교에는 순회 보건교사를 둘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이에 학생 수가 100명 미만일 경우 2개 학교당 보건교사 1명이 배치되거나, 일반 교사가 보건업무를 대신 보기도 한다. 경북 안동의 한 중학교 교장은 "소규모 학교의 경우 진로진학교사가 상담과 보건교사 역할을 병행하기도 한다"며 "일반 교원이 보건교사 업무를 대행하다 보니 응급조처도 미숙하고, 기껏해야 병원에 데려가는 게 전부"라고 전했다.
교육부도 상황을 인지하고 보건교사 인력 확보에 나섰다. 교육부는 지난 4일 "보건교사 미배치 학교에 대해 간호사 면허소지자의 한시적 채용을 지원하고, 농·산·어촌 지역은 교육지원청에 간호대학 졸업자 또는 졸업예정자, 퇴직 보건교사 등을 일시적으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도 각 학교에 1명뿐이라 대형학교의 경우 방역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학생 수가 많은 학교의 경우 많게는 수천 명을 보건교사 1명이 관리하게 된다. 교육부의 학생 감염병 매뉴얼에 따라 예방관리팀은 보건교사와 담임교사로 구성돼 있지만 실제로 방역 준비, 방역 교육, 물품 구매·관리 등 대부분 감염병 예방 조치 업무는 보건 교사에게 쏠렸다. 심지어 KF94 마스크를 한 장이라도 사용하려면 보건교사의 확인과 학교장 결재가 필요하다.
일선 교사들은 방역 및 보건보조인력 추가 배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학교 방역을 교직원에 의존하다 보니 교사들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너무 커진 상태"라며 "수업과 병행할 수 있을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했다.
학교 내 방역 업무가 과중되면서 업무 분담을 두고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일선 중학교에서 일하는 보건교사 김 모씨는 "선별진료소 역할을 하는 '일시적 관찰실'에 일반 교사가 상주하게 돼 있지만, 일반 교직원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하고 있어 업무 갈등이 생기고 있다"며 "결국 서류에는 일반 교직원 이름을 넣더라도 보건교사가 보건실과 일시적 관찰실을 동시에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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