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버핏 손절에 항공주 5% 폭락…GE도 1만3000명 해고
입력 2020-05-05 15:13  | 수정 2020-05-12 15:37

항공 업계가 코로나19 앞에 추풍낙엽 신세다. 여행과 출장 등 여객 수요 급감이 초래한 항공사 위기는 비행기 제조 업체를 넘어 엔진 부품 업체 등 항공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직원의 10%를 감원할 것이라고 밝혔던 GE 에이비에이션이 4일(현지시간) 규모를 더 확대해 직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만3000명을 해고하겠다고 발표했다. CNBC에 따르면 자발적인 조기 퇴직도 포함된 이번 감원은 영구적이다.
GE 에이비에이션은 프랫&휘트니(P&W)와 롤스로이스와 더불어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 중 한 곳으로, 상업용 항공기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다. GE는 1분기 매출이 8% 줄었으며, GE 에이비에이션의 매출은 같은 기간 13%나 급감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승객 급감으로 항공 업계가 충격을 받은 가운데 항공기 엔진을 공급하는 GE 에이비에이션도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은 셈이다.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는 생산 규모를 각각 50%, 35% 줄였다. 영국 롤스로이스 역시 8000명의 해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보잉은 올해 1분기 6억4100만달러(약 785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21억5000만달러 순이익에서 적자 전환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69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6% 줄어들었다. 보잉은 일시해고 등을 통해 인력의 약 10%인 1만6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데이브 캘훈 보잉 CEO는 지난달 주주들에게 "여객수요가 1년 전보다 95% 급감했다"며 "지난해 수준으로 수요가 회복되는 데는 2~3년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잉은 지난달 브라질 항공기 제조업체 엠브라에르와 합작법인 설립을 취소하고, 배당 및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는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최근 영국 직원 3200명에 대한 무급휴직을 단행했다. 기욤 포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회사가 전례 없는 속도로 현금 출혈을 하고 있다"며 "회사의 앞날이 더 가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어버스는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지분 11%를 나눠 가진 양대 주주다.

항공 산업의 회복은 요원하기만 하다.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코로나19 사태로 전 미국민을 상대로 내린 '국제여행 금지' 조치와 관련해 "올해 후반에 국제여행이 재개될 수 있을지는 지금 이 시점에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여행금지'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3월 19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여행 경보를 최고 수준인 4단계(여행 금지·Do Not Travel)로 올렸다.
다만 므누신 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인터뷰에서 "미국인들이 휴가로 국내 여행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며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말했다. 그는 또 "우선순위는 국내 경제를 여는 것"이라며 "지금은 미국인들이 국내를 여행하기에 좋은 시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전한 국내 여행을 촉진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므누신 장관이 기대하는 국내여행이 살아날지는 미지수다. 여행 업체 스키프트(Skift)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분의 1만이 여행 제한 해제 후 3개월 안에 여행하겠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은 자신의 집에서 100마일(160.9㎞) 이내의 단거리 자동차 여행을 하겠다고 밝혔다.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 계획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항공주를 손절했다.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지난 2일 화상으로 진행된 연례 주주총회에서 "항공 산업 미래가 매우 불확실하다"며 "3~4년 이후에도 사람들이 예전처럼 비행기를 많이 탈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버핏은 또한 아메리칸·델타·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등 미국 4대 항공주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들 주식들은 올 들어 45~70% 가량 빠진 상태다.
버핏 회장의 항공주 매도와 관련해 CNBC방송 매드머니 진행자 짐 크래머는 "버핏과 같은 장기 투자자가 항공주를 내던진 것은 이례적인 움직임"이라며 "버핏도 항공주가 독이 되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라고 말했다. 크래머는 이어 "버핏은 장기적으로 기회가 있다면 단기적으로는 돈을 잃는 것도 불사하는 사람인데 이번 항공주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GE 에이비에이션의 인력 감원 발표가 있던 4일 GE의 주가는 전일보다 4.46% 하락한 6.21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미국 주요 항공주들도 5~7%대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GE 주가는 44.4% 떨어졌으며, 항공기 상장지수펀드(ETF)는 57.2% 급락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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