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천 참사 유가족들 절규…"1주일째 원인규명·책임자처벌 없어"
입력 2020-05-05 14:56  | 수정 2020-05-12 15:05

"정치인들이 자꾸 와서는 아무 대책도 없이 해결하겠다고 말만 하는데, 제발 대통령님과 이하 장관님들이 같이 오셔서 유족들 이야기를 진솔하게 한 번 들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감해 주시고 대책을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5일) 경기 이천시 서희 청소년문화센터 체육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 내 유가족 대기실에서 울분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대기실에선 분향소를 찾은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과 유가족 20여명이 면담 중이었습니다.

50여 분간 이어진 면담에서 유가족들은 내내 격양된 감정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한 유가족은 "2008년에도 똑같은 사고가 있었는데 국민을 우습게 아는 건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장에 안전관리자가 전혀 없었다는데 이런 사업장을 관리·감독하고 있기는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총공사비 600억 원 중에서 5억 원만 썼어도 화기 감시인 10명을 매일 배치할 수 있는데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며 "이건 총칼을 안 썼을 뿐이지 죽인 거나 마찬가지"라고 임 차관을 향해 호통쳤습니다.


임 차관은 "대통령의 지시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2008년 사고가 왜 일어났고 왜 반복됐는지, 기본적인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책임자를 엄벌에 처하기 위한 조사도 여러 기관에서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유가족들의 분위기는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한 유가족은 "당장 개선책이 필요한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몇층에서 불이 난 지도 모르고 구속된 사람 한 명이 없다"며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나와서 정권이 바뀌었는데 계속 이런 식이면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또 들리지 않겠나"고 격분하며 말했습니다.

이어 "대통령과 각부 부처 장관들이 함께 와서 이야기를 듣고 실질적인 대책을 좀 만들어달라"며 임 차관을 향해 "제발 일정을 좀 잡아 달라고 보고를 올려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일정 문제는) 제가 조율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스템을 통해 보고를 올리고 이야기 전달하겠다"며 "현장에도 고용노동부 파견 인력을 상주시키고 있으니 그 밖에 유가족들이 원하시는 것도 계속 듣고 개선해 나가겠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어린이날인 이날도 합동 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려는 이들의 조문이 이어졌습니다.

영정 앞에 선 조문객들은 "어떻게 이렇게 갈 수가 있어", "애들은 어떡하라고 그러고 갔어"라며 닿지 않는 높이에 있는 영정을 향해 손을 뻗은 채 오열했습니다.

조문객 중에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아빠의 영정을 마주한 어린아이도 있어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습니다.

합동분향소에는 지난달 29일 모가면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희생자 38명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졌습니다.

이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서희청소년문화센터 지하에 유가족들이 쉴 수 있는 임시 휴게공간을 마련했으며, 유가족들이 장례 기간 머물 수 있도록 이천지역 6개 숙박시설 이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 희생자 유가족마다 공무원들을 1대 1 전담 배치해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등 유족들을 돕고 있습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9일 오후 1시 32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했습니다.

폭발과 함께 불길이 건물 전체로 확산해 근로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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