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한 실험실서 코로나 발원" 美주장에…WHO "증거 내놔라"
입력 2020-05-05 14:23 
코로나바이러스 3D 프린트 모형. [로이터 = 연합뉴스]

미국이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거대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추측성 주장에 불과하다며 증거가 있다면 내놓으라고 반박했다. 미국 주도로 결성된 5개국 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도 미국의 주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미국을 제외한 파이브 아이즈 소속국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영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들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날 호주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파이브 아이즈 소속국들이 코로나19의 우한 연구소 유래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공유했다고 보도하며 근거로 제시한 '15쪽짜리 문건' 역시 가짜라고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가디언은 공개된 문건이 파이브 아이즈 정보망에서 나온 첩보가 아니라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를 짜집기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호주 정보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밝혔다. 호주 정보 당국은 코로나19가 우한 수산물 시장에서 시작됐다고 믿으며, 우한연구소에서 나왔을 가능성은 5% 정도로 본다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이날 전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코로나19가 우한연구소에서 유래됐다는 주장에 대해 "확고한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 이르다"고 전날 포린폴리시를 통해 밝혔다. 영국 총리실은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영국 정보당국 소식통들은 공개된 문건이 비밀로 분류된 문건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 CNN도 미국이 파이브 아이즈 소속 국가들과 공유한 정보는 코로나19가 우한 연구소보다는 수산물 시장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이브 아이즈 관계자는 미국이 관련 첩보를 공유하고 있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증거의 신빙성의 수준은 다른 파이브아이즈 국가들의 평가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WHO는 코로나19 가우한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주장은 미국의 추측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아무런 증거를 받지 못했다"며 미국의 주장을 "추측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언 사무차장은 "WHO는 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어떤 증거라도 있다면 기꺼이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도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1만5000개의 유전자 배열을 확보하고 있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모두 자연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ABC뉴스에 출연해 "(코로나19)가 우한에 있는 그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중대한, 엄청난 증거가 있다"며 "중국 연구소의 실패 결과로 전 세계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중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즉각 반박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폼페이오의 반중 속임수 전략은 미국 유권자를 속일 이율배반적 사고방식을 드러낸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해 "엄청난 증거가 있다면 이를 세계에 제시해야 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싸우기 위한 전세계적 노력을 방해하면서 전례 없는 선전전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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