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보육교사가 31차례 아동학대 하는 동안 "뭐 했나"…원장 '유죄'
입력 2020-05-05 09:38  | 수정 2020-05-12 10:05

보육교사가 만 2∼3살 유아들을 3주에 걸쳐 31차례에 걸쳐 신체적·정서적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동안 이를 예방하지 못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1, 2심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만 재판부 모두 이 어린이집 원장에게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리거나 그대로 유지해 양형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박재우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7살 여성 A 씨가 "아동학대 예방 조치를 다 했다"며 낸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선고유예(벌금 300만 원) 판결했다고 오늘(5일) 밝혔습니다.

A 씨는 도내 한 어린이집 원장이고, 41살 여성 B 씨는 A 씨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 만 2∼3살의 유아반을 담당하는 보육교사였습니다.


B 씨는 지난해 2월 8일 오전 어린이집 교실 책상 아래 들어가 있던 만 3살 아동의 다리를 세게 잡아당겨 학대하는 등 25차례에 걸쳐 신체적 학대를 했습니다.

이어 B 씨는 같은 해 2월 11일 오전 어린이집 교실에서 만 2세 아동을 붙잡아 이동하지 못하게 하고, 울면서 벗어나려는 아동을 따라가면서 재차 울리는 등 6차례에 걸쳐 정서적 학대 행사를 했습니다.

결국 2월 8일부터 같은 달 28일까지 3주에 걸쳐 모두 31차례의 신체적·정서적 아동 학대를 한 혐의로 기소된 보육교사 B 씨는 1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또 아동 관련 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과 80시간의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의 수강을 각각 명령받았습니다. B 씨는 항소하지 않아 1심 형량이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B 씨의 아동학대를 예방하지 못한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A 씨는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들의 부모가 모두 A 씨의 선처를 탄원하고, 지역의 특성상 보육교사를 확보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내재해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A 씨는 이마저도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A 씨는 재판에서 "보육교사 B 씨의 아동학대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웠고,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관리·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없다"며 무죄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어린이집에는 CCTV가 설치돼 B 씨의 행위가 모두 녹화됐을 뿐만 아니라 다른 보육교사가 보는 현장에서도 학대가 이뤄졌다"며 "원장인 A 씨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CCTV 또는 다른 보육교사로부터 보고를 받아 B 씨의 학대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는데 이 같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CCTV 영상이 보존된 3주간 31차례에 걸쳐 아동학대가 있었는데도 A 씨는 구체적인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나 후속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했더라도 보육교사 B 씨의 학대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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