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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法 국회 통과하며 변질…정부, 항공사 경영개입 가능
입력 2020-05-04 17:18  | 수정 2020-05-04 20:40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받은 기업에 대해 정부가 특수한 경우 지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예외조항이 추가된 것으로 드러났다. 향후 정치적 압박이나 여론 흐름에 따라 기금 지원이 유력한 항공사 등에 대해 정부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4일 금융당국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산은법 개정안에는 기금 돈을 받은 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원칙적으로는 제한하는 내용과 함께 '예외 조항'이 명시됐다. 예외 조항은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원안에 없던 문항이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일종의 '단서' 형태로 새로 추가됐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경영 개입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는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법안 심의 과정에서 변질된 것이다.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 제29조의 4항은 "자금 지원으로 인해 보유한 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바로 뒤에 "다만 자금 지원 조건을 현저하게 위반해 자금 회수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을 받는 기업들은 '일정 수준'으로 고용을 유지하고, 경영 개선에 노력을 다해야 한다.
금융위는 해당 조항을 가동할 수 있을 상황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떤 기준을 시행령에 담는지에 따라 정부가 의결권 행사를 위한 운신의 폭을 확보하거나 '퇴로'를 만들어놓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제기된 의결권 행사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기금 지원 기업 첫 주자로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이 유력하다. 산은이 최근 1조2000억원의 긴급자금 지원을 한 것도 기간산업안정기금 가동 전에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였다. 연말까지 대한항공은 3조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산은에서 지원받은 1조2000억원 중 3000억원이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영구채인데, 산은이 지분 전환을 이행할 경우 10.8%의 지분을 갖게 된다. 기금을 통한 출자 방식 지원 규모가 3000억원에 이르면 정부는 10% 수준의 추가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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