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로나19 바이러스, 장까지 감염시킨다…인체 오가노이드서 확인
입력 2020-05-04 15:28  | 수정 2020-05-05 15:37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인체 호흡기뿐만 아니라 장(腸)까지 감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코로나19 환자들이 왜 설사와 같은 위장 증상을 경험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스 클레버스 네덜란드 휘브레흐트연구소 수석연구원 연구진은 인체세포로 만든 장기 유사체인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장내 세포를 감염시키고 장에서 바이러스를 복제·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비말(침방울) 등을 통해 인체 호흡기에 유입돼 기도와 폐의 상피세포에 침투해 폐렴 증상을 나타낸다. 이때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폐와 같은 인체 호흡기 세포 표면에 발현된 수용체인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2'와 결합하면서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연구진은 장내 세포 표면에도 ACE2가 발현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인체세포를 이용해 사람의 장내 환경과 유사한 3차원(3D) 구조의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이 오가노이드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킨 결과 ACE2를 통해 바이러스가 장내 세포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러스의 개체 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늘어났다.

클레버스 연구원은 "아주 적은 양의 ACE2만으로도 장내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며 "이는 인체에서 위장 증상을 일으키기 충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장내 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항바이러스 반응을 조절하는 유전자도 활성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실제로 중국 우한에 위치한 후아종과학기술대병원 연구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입원 환자 204명 중 50%가 설사, 복통, 식욕 부진과 같은 위장관 증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ACE2가 폐와 장뿐만 아니라 심장과 신장, 중추신경계 등 인체세포 대부분에 분포돼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악화될 경우 여러 기관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러시아 보건부의 전염병 자문의인 니콜라이 브리코 박사는 3일 "러시아 내 코로나19 입원 환자 중 90% 이상이 폐렴 증상을 보였는데, 전체의 50% 이상에서 파종성혈관내응고증(DIC)이, 20% 이상에서 심근 손상이, 약 15%에서 급성 신장 손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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