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로나發 실업 19만50000명은 `빙산의 일각`
입력 2020-05-04 12:44 

작은 여행사서 일하는 A씨는 코로나19로 인해 회사가 어려워지자 권고사직을 받았다. 실직자가 된 A씨는 재취업을 준비하면서 생계를 위한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직장에서 사실상 해고를 당한 A씨는 실직자지만 고용통계에서 취업자로 집계된다. 통계청이 작성하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는 '수입을 목적으로 조사대상 주간 1주 동안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60만9000명으로 전년동월 대비 19만5000명 감소했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벼랑끝에 몰린 취업현장의 극히 일부분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긱 이코노미'에 발달로 배달업 등 실직자 중 질낮은 일자리에 취업한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들도 모두 고용통계에서는 취업자로 잡힐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직장인들이 다수 가입해 있는 '블라인드' 앱에서는 쿠팡맨이나 배민 라이더스 등에 대한 문의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실직자들이 급한 불이라도 끄려고 '질 낮은'일자리로 옮겨가고 있지만 고용통계는 이 같은 현상을 잡아내지 못한다.
전년동월 대비 19만 5000명이란 감소폭 자체도 '희석된' 수치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 수치는 계절적인 영향을 배제하기 위해 작년 같은 달과 취업자 수를 비교한 것이다. 이럴 경우 이후 11개월간 누적되어 온 취업자 증감이 반영 돼 코로나19가 가져온 1~2개월간의 단기적인 충격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
이 경우 오히려 계절조정을 거친 전월과 비교하는게 충격을 보다 확실하게 보여준다. 실제 전월대비로 보면 취업자 감소폭은 19만 5000에서 68만명으로 늘어난다.전년동월로 볼 때보다 약 3배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취업시장이 전년동월로 봐도 '최악'이지만 '전월'과 비교해보면 '최악 중의 최악'의 상황에 빠져있음을 보여준다.
김준영 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 팀장은 "우리나라는 계절적 영향이 뚜렷하지 않아 계절조정비보다는 전년동월로 취업자 증감을 파악하는 경향이 있지만, 단기적인 충격을 보다 뚜렷이 보려면 계절조정 전월비를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시휴직자를 주목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은 당장 '실직자'로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되면 정부의 고용지원금으로 '고용'을 연명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모두 실업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3월 말 기준 일시휴직자는 160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6만 명 늘었다.

실제로 이들을 포함하지 않는 실업률은 4.2%로 지난해 3월의 4.3%보다 0.1%포인트 되레 하락했다. 반면, 18시간 미만 일하는 노동자 중 추가취업을 희망하는 인구와 취업준비 인구 '그냥 쉬었음' 인구등을 합산해 확장실업률을 보면 12.6%에서 14.4%로 훌쩍 뛴다.
특히 3월 청년 확장실업률도 26.6%로 전월 20.8%보다 6%p가까이 뛰어올랐다. 2015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김유빈 연구위원은 "음식,숙박,관광 등 청년들이 많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자리가 사라지고 있고 채용도 미뤄지면서 청년들이 코로나19에 체감상 더 큰 타격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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