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HMM, 규모의 경제로 코로나 넘어 글로벌 선사 도약"
입력 2020-05-03 14:40 

"규모의 경제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선사로 도약하겠습니다."
대형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배재훈 사장(67)은 최근 서울 종로구 율곡로 본사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올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도입과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 가입으로 원가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다"며 이 같이 자신했다.
배 사장은 "세계 최대 규모인 2만4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컨테이너선을 얻은 것은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과거에는 소형 선박 위주였기 때문에 동일한 양의 화물을 나르더라도 경쟁사에 비해 인건비나 연료비 등이 배로 들었다"며 "초대형 선박을 대규모로 들여오는 만큼 이제는 글로벌 선사들과 제대로 경쟁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HMM은 지난달 23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첫 번째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인 '알헤시라스호'의 명명식을 진행했다. 이를 시작으로 매주 한척씩 총 12척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도입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1만6000TEU급 선박 8대를 추가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총 선복량(적재 능력)은 87만TEU로 늘어 단숨에 세계 8위 선사로 도약하게 된다.
HMM은 코로나19 사태에도 올 1분기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배 사장은 "지난 1분기에는 어떠한 동맹에도 속하지 않았는데 이 점이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당시 디얼라이언스나 '2M' 등과 같은 글로벌 해운 동맹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수급 불균형으로 운임이 하락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동맹 차원에서 선복량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해 말 2M에서 탈퇴한 뒤 올해 4월 디얼라이언스 가입을 앞둔 HMM으로서는 하나의 틈새시장이 됐다. 그는 "글로벌 선사들이 선복량을 줄이면서 갑자기 운송 수단을 잃은 선주들이 적지 않았다"며 "그러한 화주들을 발 빠르게 찾아가 착실하게 영업한 점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올 2분기는 코로나19 피해가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5~6월은 미국과 유럽 등 전통의 소비처가 완전히 '셧다운'됐다"며 "소비처의 물류 창고 등이 가득찼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끝나고 소비가 재개돼도 재고 물량부터 소진돼 당분간 물동량 감축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비상상황실을 통해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현재 HMM은 전 세계 각 지역의 항만과 공장 현황을 비롯해 선박 운임, 유가, 주가 등의 지표를 수시로 체크하면서 대응책을 마련하는 비상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배 사장은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고객(화주)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영업 전략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러고는 "올 3분기부터는 노력의 성과로 경영 정상화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서비스에 접목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배 사장은 "HMM은 한국 해운업의 맏형으로서 해운업에 AI를 적용하는 방식을 설계·개발해야 한다"며 "현재 모든 작업을 클라우드로 옮겨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컨테이너 분배와 물동량 배분, 선적 방식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송광섭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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