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투자 귀재` 버핏, 美4대 항공사 주식 전부 팔아치워...1분기 61조원 순손실
입력 2020-05-03 11:54  | 수정 2020-05-04 13:37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88)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 4대 주요 항공사 주식을 전량 매도 처분했다고 밝히면서 주말 글로벌 금융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버핏 회장 역시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 판데믹(COVID-19 전세계 대유행)을 비켜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버핏 회장은 이날 열린 '동영상 연례주주총회'를 통해 버크셔가 보유한 미국 4대 주요 항공사 주식을 전량 매도 처분했다고 밝혔다. 앞서 같은 날 오전 버크셔는 '분기별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1~3월) 회사가 497억 4600만 달러 (약 60조 8891억원) 순 손실을 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판데믹 탓에 버크셔가 대거 투자한 에너지·금융·항공 분야 기업이 고전한 결과로 풀이된다.
2일 CNBC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버크셔의 버핏 회장은 코로나19탓에 동영상으로 진행된 주총을 통해 "나는 항공 산업이 세상을 바꿀 것으로 믿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항공업계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면서도 "(항공주를 전량 매도하기로 한)내 결정이 틀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항공주에 다시 투자할 의향이 없음을 내비쳤다.
버크셔 투자 실적을 전체적으로 보면, 미·중 무역갈등 와중에도 순 이익을 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던 2019년 1분기에는 216억 6100만 달러 순 이익을 냈다. 코로나판데믹 상황인 올해 1분기에는 497억 4600만 순 손실을 낸 상태다. 1분기 여업 이익은 58억 7100만 달러로 1년 전(55억 5500만 달러)보다 5.69%늘었지만 투자 손실이 더 컸다.

버핏 회장은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한 기업 주식을 구매한 후 장기 보유하는 '가치 투자자'로 유명하다. 버크셔는 미국 4대 대표 항공사인 델타·아메리칸·사우스웨스트·유나이티드항공 대주주로 잘 알려져 있다. 버크셔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4대 항공사 주식을 100억 달러어치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두 회사 지분의 10%를 각각 보유해왔다. 하지만 버크셔가 지난 4월 내다 판 이들 4대 항공사 주식은 떨어진 주가를 감안하면 65억 달러 정도라고 2일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버핏 회장은 '위기는 기회'라는 투자 조언을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버크셔는 지난 2월 말에 델타항공 주식을 일부 추가 매수 하기도 했다. 당시는 코로나19로 뉴욕 증시가 흔들리기 시작하던 때다. 하지만 3월 들어 코로나19가 미국을 본격적으로 덮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지자 결국 버핏 회장도 항공주를 대거 처분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버크셔는 지난 달 초 델타항공을 손절매해 눈길을 끈 바 있다. 당시 손절매는 버핏 회장의 평소 투자 성향과 달라 시장 관심을 끌었다. 한 번 산 주식은 좀처럼 팔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버핏 회장이 불과 한 달 여만에 정반대되는 거래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 달 3일 버크셔는 "델타항공 소유 지분의 18%와 사우스웨스트항공 소유 지분의 4%를 매도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당시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는 같은 달 2~3일 이틀에 걸쳐 델타항공 주식을 1300만 주 내다 팔았고 사우스웨스트항공 주식도 230만 주 내다팔았다. 매도 금액으로 따지면 델타항공은 3억 1400만 달러, 사우스웨스트항공은 7400만 달러어치인데 전부 합치면 총 3억9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월 말만 해도 버크셔는 델타항공 주식을 '매수' 했다. 2월 말은 코로나19로 미국 증시가 요동치기 시작하던 때다. 당시 버크셔는 "델타항공 주식 총 4530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델타항공 주식 97만6000주를 1주당 평균 46.40달러에 샀고, 그 결과 델타항공 지분이 11.2%(총 7190만주)로 늘어났다. 당시 매수는 버크셔헤서웨이가 별다른 투자 없이 현금성 자산만 쌓아뒀다가 간만에 시장에 나선 것이라서 더욱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항공 뿐 아니라 에너지 부문도 발목을 잡았다. 글로벌 유가가 '마이너스 사태'를 겪는 등 폭락세를 거듭한 탓이다. 지난 달 15일 버크셔는 석유·셰일업체 옥시덴탈페트롤리움으로부터 현금 배당을 받는 대신 2억 달러 규모 보통 주를 발행받기로 했다. 2억 달러는 옥시덴탈이 버크셔에 지급해야할 1분기 우선주 배당금에서 10%낮춘 금액이다. 당시 옥시덴탈 주식은 연초 대비 68%폭락해 시가 총액이 120억 달러 규모로 줄었다. 이는 지난해 옥시덴탈이 셰일업체 에너다코를 인수하기로 한 금액의 절반이 안되는 수준이다.
S&P글로벌마켓정보 데이터에 따르면 버크셔는 옥시덴탈 우선주의 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해 버크셔는 셰일 산업의 미래를 좋게 평가하고 옥시덴탈에 100억 달러를 우선주 매입 형식으로 대거 투자했다. 옥시덴탈은 버크셔의 투자에 힘입어 에너다코를 38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었다. 현재 옥시덴탈은 유가 폭락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이면서 자본지출을 50%줄이고, 보통주 주주 배당도 86% 삭감하기로 한 상태다.
코로나판데믹 '패닉'이 뒤흔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버핏 회장의 버크셔는 어떻게 투자했을까. 일단은 현금 보유량과 자사주 매입을 늘렸다. 버핏 회장은 2일 동영상 주총에서도 "지금은 투자할 만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단기 투자금은 1373억 달러로 직전 분기인 2019년 4분기(1280억 달러)보다 93억 달러 늘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하면 231억 3000만 달러 늘어난 액수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마하의 현인이라고도 불리는 88세 투자의 대가 버핏 회장은 언제든지 중요한 투자를 할 현금을 여전히 손에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1분기 버크셔는 17억 달러어치 자사주를 매입했다.
'오마하의 현인'으로도 불리는 버핏 회장은 코로나판데믹 속 미국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날 버핏 회장은 낙관론을 내놓았다. 그는 "나는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경제를 믿었다. (1962년)쿠바 미사일 위기와 (2001년) 9·11 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 경제를 확실히 믿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언제 태어날지, 또 어디서 태어날지를 고를 수 있다면 당신들은 1720년, 1820년, 1920년이 아니라 오늘, 그리고 미국을 선택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충격은 매우 광범위하고 불확실하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미국을 멈출 수 없다고 확신한다. 미국의 기적과 마법은 항상 승리해왔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와 관련해서는 신중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버핏 회장은 "미국에 베팅을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베팅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면서 "시장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버크셔 주주총회는 야후파이낸스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주주들에게 중계됐다. 버크셔의 연례 주총은 '자본주의 우드스탁'이라고도 불릴 만큼 인기가 많다. 다만 이날 동영상 주주 총회에는 버핏 회장이 참석했지만 회장의 '오른 팔'이자 단짝인 찰리 멍거(96)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