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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계약우정` 유영은 PD "이신영-신승호 관계 살리며 각색"
입력 2020-05-03 08:01 
'계약우정' 유영은 PD가 원작 차별점, 촬영 뒷이야기 등을 공개했다. 제공|메가몬스터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최근 종영한 KBS2 월화드라마 ‘계약우정(극본 김주만, 연출 유영은)은 존재감 없던 평범한 고등학생 찬홍(이신영 분)이 우연히 쓴 시 한 편 때문에 전설의 주먹이라 불리는 돈혁(신승호 분)과 계약우정을 맺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시(詩)스터리 모험기를 담았다. 평점 9.9, 누적 조회수 1600만을 기록하며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권라드 작가의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시(詩)스터리라는 색다른 장르를 보여준 ‘계약우정은 8부작이라는 한계 탓인지 다소 촘촘하지 못한 전개는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젖은 모래는 발자국을 기억한다는 시 구절과 함께 미스터리의 진실을 좇으며 흥미를 자아냈다. 감각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와 OST, 신예 이신영 신승호 김소혜 등의 열연이 어우러져 청춘 우정기를 그려냈다.
지난해 ‘조선로코-녹두전 이후 휴식기를 가진 KBS의 월화극은 ‘계약우정과 함께 부활했다. 최고 시청률은 2.7%(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유영은 PD는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시청률은 아쉽지만,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타사 드라마가 안정적인 시청률이 나오는 중간에 시작하지 않았나. 기존 시청 층을 가지고 오기 쉽지 않더라. 그렇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화극 재개 첫 작품이라는 부담도 있었지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포맷도 기존에 하던 포맷이 아니고, 미니시리즈가 아닌 단막극이었다. 회사에서도 안 해봤던 걸 해보자고 해서 출발했다. 그런 부분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우정은 학원물, 멜로, 장르물을 오가요. 그만큼 장르전환이 빨라 톤을 잡기 쉽지 않았어요. 제한된 시간 안에 찍어야 했고요. 예산이나 현실은 단막극인데, 시간대가 요구하는 건 미니시리즈라 그 차이를 채워나가야 해 고생했어요. 성장물이지만 어두운 이야기도 있고, 사건이 다소 자극적인 부분도 있어서 조심스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사전에 스태프, 배우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웹툰 원작을 어떻게 드라마로 옮기느냐도 중요했다. 유 PD는 처음 원작을 보면서 찬홍과 돈혁의 관계가 엎치락뒤치락하는 부분이 이야기의 맛이라고 생각해 그 부분을 살리며 각색했다. 원작은 인생과 철학적인 내용을 풀어내 매력 있는데, 오롯이 드라마화시킬 수 없는 부분이 있더라. 그런 부분에 원작가도 공감해 각색 방향을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계약우정` 유영은 PD는 촬영 운이 좋아 아름다운 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공|메가몬스터

원작과 드라마에서 ‘시는 중요한 매개다. 시를 통해 찬홍과 돈혁이 계약 우정을 맺게 되기 때문. 유 PD는 원작에서도 중요했고, 드라마에서도 중요했다. 찬홍은 시를 통해 좋아하는 여자와 더 가까워지고, 시나 글을 통해 추리해가지 않나. 그래서 신경 썼다. 찬홍이나 아이들이 셜록은 아니기도 하고, 그래서 선생님에게 시를 배우고 쓰면서 추리할 수 있는 부분들을 그렸다. 학원물에서 할 수 있는 미스터리의 최대치를 보여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촬영은 3월까지 이어졌다. 촬영 중후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촬영 일정이 꼬여 고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설원, 벚꽃, 유채꽃밭 신 등을 담아내며 아름다운 영상미를 완성했다.
유 PD는 아이들의 한 시절을 담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지만, 그걸 맞춰서 진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촬영이 지연된 것도 있고 제작 여건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운 좋게도 설원 신이나 바다, 꽃 등을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정확한 때가 운 좋게 맞춰졌다. 날씨 운이 좋았다”며 음악도 신경 쓰려고 했다. 장르가 계속 바뀌니까 음악 감독이 고생했다. 덕분에 전형적이지 않은, 다양한 음악들을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정이 테마에서는 모스 부호를 가지고 오면서 멀리서 SOS 치는 느낌의 BGM을 만들었어요. 가사들도 보면 도와달라고, 찾아달라고 하죠. 제가 음악을 좋아해요. 어릴 때부터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음악을 틀어놓고 했어요. 음악 종류에 따라서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요. 에너지가 생기거나 떨어지거나 하는 거죠. 드라마 했을 때도 미묘한 차이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써요. 어떤 음악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인물의 감정이 달라져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요.”
유영은 PD는 `계약우정`에서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온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제공|메가몬스터

극 중 끔찍한 일을 당한 서정은 사진이 유포 당하고 근거 없는 소문으로 괴롭힘을 당한다. SNS와 채팅방 가십에 따돌림까지 이어졌고, 끝내 세상에 등을 돌렸다. 서정을 그렇게 만든 건 한 명의 잘못이 아니었다. 나쁜 어른들도, 그리고 친구들까지 모두의 책임이었다. 특히 서정의 사건은 최근 논란이 된 ‘n번방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n번방 사건은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비공개 대화방을 통해 미성년자 등의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 유포한 대규모 성범죄 사건으로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유 PD는 사실 저희 촬영 초반에는 그 사건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아니었다. 찍고 보니 그 사건이 이슈화가 됐다. 조직이 있었고 10대들이 엮여 있더라. 그래서 더 걱정됐다. 저희가 의도하거나 사건을 이용하려 담은 것은 아니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이어 서정의 영상은 최소화하려고 했다. 너무 노골적으로 소재 삼고 싶지 않았다. 그 소재 자체가 필요해서 아니라 아이들이 어떤 문제를 어른들이나 주변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수 없게 됐을 때, 얼마나 고립되기 쉬운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요즘엔 애들이 SNS를 매체로 관심을 받고 그걸 통해 소통해서 외면할 수가 없더라. 그런 부분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유영은 PD는 어린 친구들에게 손 내밀어주는 어른과 친구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공|메가몬스터

또한, 유 PD는 10대들에게 손 내밀어 줄 수 있는 좋은 어른,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그는 찬홍도 어쩌면 안성도(윤여운 분)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찬홍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누군가 어떤 길을 가느냐는 개인의 성향도 있지만, 어릴 때는 특히 어떤 존재의 차이가 크다. 돈혁이도 찬홍이를 만나고, 오경표(오희준 분)를 만나면서 세상이 달라졌다. 결국엔 사람밖에 없다. 누군가 손 내밀어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특히 십 대 시절에는 얼마나 더 필요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어린 애들이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그런 사람, 다그치거나 혹은 등을 돌리거나 가르치거나 하지 않는 사람, 그리고 지지해줄 수 있는 사람 한 명만 있으면 달라지지 않을까”라며 그런 어른이 많지 않다. 그래서 찬홍이네 부모님, 국어 선생님(김인권)을 따뜻하게 그리고 싶었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그리고 싶었어요. 처음 출발점은 섞이지 않을 정도로 서로 다른 가치관을 살아온 아이들이 많은 일을 하게 되면서 서로 닮아있는 모습으로 마무리되길 바랐죠. 마지막에 보면 찬홍과 돈혁이 서로가 가지고 있던 모습을 주고받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돈혁이가 엄마에게 투정 부리는 장면이 나온 거고요. 사실 규모보다 러닝타임이 짧다 보니 서사적인 완성도에서 아쉬워요. 조금 더 캐릭터를 구축하고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는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인터뷰②에 계속)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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