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도박장 전락한 원유ETN…`묻지마 투자` 막는다
입력 2020-04-28 20:23  | 수정 2020-04-28 23:22
◆ 원유ETN 대혼란 ◆
"지금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은 상승, 하락을 두고 홀짝 주사위 베팅을 하는 도박장이나 다름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품에 2030 젊은 투자자를 비롯해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합니다."
금융당국이 원유 상장지수증권에 사전교육제도 등의 투자자보호책 마련에 나선 이유는 투자시장이 도박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ETN은 선물·옵션 투자와는 달리 아무런 사전교육도 필요없고 수백~수천만 원의 높은 투자금액이 필요하지 않아 언제든 새롭게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다. 비대면 계좌를 온라인으로 개설해서 투자에 나설 경우 단돈 몇 만원으로도 하루 만에 수십 배를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선물옵션 투자의 경우 최소 4시간 이상의 사전교육이 필요하다. 전문투자자 영역 확대를 위해 지난해 기존 30시간에서 대폭 줄인 수준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원유 ETN상품은 선물거래나 마찬가지 효과를 내는 고위험 상품임에도 개인투자자가 하루 1조원 이상 거래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기름값이 지금 너무 싸다 보니 상승에 베팅하는 식인데 대량 손실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금융당국이 선물옵션 투자처럼 사전 교육제도나 전문 투자자처럼 일정 금액의 증거금을 내는 식의 방안을 검토하는 이유다. 시장 일각에서는 10여 년 전 주식워런트증권(ELW) 정책과 같은 규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LW는 주식을 사전에 정한 미래의 시기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수(콜·Call)하거나 매도(풋·Put)할 수 있는 권리를 거래하는 증권이다. 적은 금액으로도 수십 배의 수익이 가능해지자 2005년 국내에 도입된 뒤 3년 만에 일 평균 거래대금이 5000억원에 이르면서 세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후 고위험 거래로 개인투자자 손실이 막대해지고 하루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어서자 2010년부터 ELW 시장 건전화 조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당국은 무제한이던 호가 범위를 8~15%로 제한하고, 예탁금 1500만원 이상 규정을 만드는 등 규제에 나섰다. 개인투자자 거래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자 거래대금은 1000억원 아래로 떨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물옵션이나 ELW 등에서 교육제도 등의 보호책이 있는 만큼 사례들을 고려해 적절한 조치를 내놓겠다"고 전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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