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상한제 일단 피하자"…재건축 후분양 러브콜
입력 2020-04-28 17:25  | 수정 2020-04-28 19:28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 3주구 전경. [매경DB]
공사비만 8000억원에 달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 3주구 재건축 사업 수주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2파전 양상인데, 두 건설사 모두 준공 이후 일반분양을 진행하는 '후분양'을 제안해 화제다. 착공 중에 중도금 등이 들어오는 선분양과 달리 준공 이후 수입이 생기는 후분양은 건설사 '자금력'을 판단하는 주요 기준이다.
28일 삼성물산은 반포아파트 3주구 재건축 사업 조합에 준공 후 분양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후분양에 따르는 사업비 전체를 시공사가 책임지고 조달하겠다는 게 전제 조건이다. 삼성물산은 앞서 지난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의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최근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후분양은 선분양과 달리 건설사 자금 부담이 크지만 재건축 조합이 후분양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후분양에도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만 최근 공시지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준공 이후 분양가를 산정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조합 측은 판단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분양가는 공시지가에 기본형 건축비와 건축비 가산비용, 택지비 등이 더해져 정해진다.
강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최근 공시지가 인상률을 감안하면 2~3년 후 택지비를 책정하는 것이 선분양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반포3주구에 공정의 60% 정도를 진행하고 분양하는 일반적인 후분양과 달리 '100% 준공 후 분양'을 제안했다. 분양대금 없이 삼성물산 자체적으로 공사비를 조달해 완공까지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후분양은 조합 분담금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규모 사업비를 저금리에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재무구조가 건전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며 "건설업계 최고 신용등급(AA+)을 보유한 삼성물산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삼성물산은 빠른 착공과 공사기간 단축을 약속했다. 사업기간이 단축되는 만큼 금융비용이 감소해 조합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우건설은 더 낮은 금리를 약속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삼성물산은 사업비 조달 금리를 변동 회사채 금리에 0.25%포인트를 더해 약 1.88%(변동, 현재 기준)를 제안한 반면 대우건설은 고정금리로 0.9%를 제시했다. 사업비 조달 금리가 높을수록 조합 측 금융비용이 늘어나 결국 조합원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금융비용과 직결된 착공 시점과 공사기간을 두고도 두 건설사 간 의견이 달랐다. 대우건설은 착공 시점을 2022년 3월로 봐 삼성물산(2021년 5월)보다 여유 있게 뒀다. 공사기간은 삼성물산이 34개월, 대우건설이 38개월로 예상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 진행은 조합이 하는 것인데 공사 도급계약 체결 후 관리처분인가까지 족히 1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착공 시점은 건설사가 제안한 공사비 유효기간으로, 착공이 늦춰지더라도 공사비는 인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에 후분양 외에도 재건축 리츠, 선분양 등 세 가지 분양 방법을 제시했다. 조합에 다양한 선택권을 준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일반분양분 리츠 방식은 법령 위반일 뿐만 아니라 현행 주택공급 질서를 무너뜨리는 불공정행위로 판단한다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혀 리츠 방식 추진은 쉽지 않게 됐다.

인근 신반포21차 역시 후분양 카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포스코건설이 지난 23일 '조합원 부담이 없는' 후분양 카드를 건설사 중 최초로 제안한 데 이어 GS건설도 이날 단지명 '반포 프리빌리지 자이'를 공개하며 후분양 카드를 꺼냈다. 둘 다 사업비를 부담하되 조합 측에 1%대 이자를 청구할 방침이다. 신반포21차는 재건축을 통해 지하 4층~지상 20층 2개동 275가구로 탈바꿈하게 된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5월 말 열린다.
이 같은 후분양 과열전에 대해 정책당국은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한남3구역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사업비와 이주비 등을 무이자로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가 입찰이 무효가 된 적이 있는데, 이와 비교해보면 '유이자 지원'이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박윤예 기자 / 나현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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