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19·유가폭락`에도 석유화학 업종이 양호한 이유는…
입력 2020-04-28 16:16  | 수정 2020-04-28 16:48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 충격과 국제유가 폭락으로 경기순환업종의 실적 악화 우려 속에서도 화학업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 폭락이 원가 절감 효과로 작용하는 한편 내년 이후부터 화학 시황 사이클 상으로 호황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증시가 패닉에 빠진 지난달 19일 대비 코스피 화학 지수는 42.4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폭은 32.69%였다.
특히 LG화학, 롯데케미칼, 대한유화 등 납사분해설비(NCC)를 운영하는 기업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57.61%, 89.74%, 134.96%로 업종 지수보다도 월등한 상승률을 보였다.
최근의 화학기업 주가 상승은 국제유가 폭락으로 인한 원가 절감 덕에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기대는 어느 정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발표된 LG화학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2365억원으로 증권시장 전망치 평균(컨센서스) 1590억원을 크게 뛰어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염화비닐(PVC) 등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수익성 지표)가 확대된 데다 첨단소재 사업 부문에서 구조 및 비용을 효율화한 덕이라고 LG화학은 설명했다.
석유화학 기업의 실적은 2분기에 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폭락한 유가가 반영된 원재료가 투입되는 효과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 하락 국면에서는 NCC 기업이 다른 방식의 화학기업보다 경쟁우위를 점하게 된다. NCC는 원유 정제 부산물인 납사를 분해해 에틸렌을 비롯한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설비로, 유가가 하락하면 셰일가스 부산물을 활용하는 에탄분해설비(ECC)나 석탄을 원료로 사용하는 석탄분해설비(CTO) 대비 원가 경쟁력이 높아진다.
이에 더해 내년이 3년 주기로 반복되는 화학 시황 사이클의 호황국면 초입이라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화학제품 생산 설비를 새로 지으려면 3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돼 공급이 계단식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새로운 생산설비를 짓는 동안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과 공급이 번갈아가며 부족해진다. 앞선 화학 호황 국면이 지난 2017년까지였기에, 3년 주기 상으로는 내년부터 호황기다. 이에 이번 유가 급락에 따른 화학시황 개선을 호황기로 전환의 계기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석유화학 호황 조짐이 구조적인 국면 전환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내년까지 예정된 신증설 물량의 60% 가량이 NCC 설비로 공급 압력이 있는 만큼 NCC 기업 주가의 추세 반전에 대한 과도한 기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5~2017년 호황기는 기존 ECC, CTO 등 설비를 중심으로 계획됐던 신증설이 지연·취소되면서 공급 여건이 크게 위축됐다"며 "(이번에는) 수급 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이다. ECC·CTO·메탄올분해설비(MTO) 등 설비의 증설이 전량 취소된다는 가정 하에서 수급 밸런스 도달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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