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기도, 정부사업까지 `기본소득` 색입히나
입력 2020-04-28 13:47 
5000㎡(1500평) 이하 농지를 갖춘 소규모 농가가 연 120만 원의 직불금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한 8가지의 지급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사진 제공 = 농림축산식품부]

다음달 농가 대상 '공익형 직불제' 시행을 앞두고 경기도가 '기본소득 보장형 제도'라는 살을 붙이고 홍보에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공익형 직불제는 기본소득이 아닌 농업정책"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지만 경기도가 이재명 지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기본소득 프레임에 정부를 끼워넣으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는 "정치적 의도는 없다"며 일축했다.
경기도는 5000㎡(1500평) 이하 농지를 갖춘 소규모 농가에게 면적에 관계없이 연간 120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보장형태의 '공익형 직불제'를 다음달부터 시행한다고 27일 밝혔다. 공익형 직불제는 1998년 도입한 직불금 제도가 대농(大農)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을 개선한 것으로, 정부는 오는 12월 2조4000억원의 관련 예산을 전액 국비로 지급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일정 요건을 갖춘 농가를 대상으로 면적과 관계없이 연간 120만 원의 직불금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 보장형 직불제'로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체 농가중 5000㎡(1500평) 소유 농가로 지원 대상이 한정되고, 그 안에서도 농업외 종합소득이 2000만원 미만이어야 하는 등 8가지의 상세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해 "무리한 포장"이란 지적이 나온다.
농림부 관계자는 "공익형 직불금은 농업에 대한 직불금으로 농업정책에 해당한다"면서 "(모든 국민에게)아무 조건 없이 주는 기본소득 성격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기도가 여권 잠룡으로 거명되는 이 지사의 대표 아이템인 기본소득 프레임을 중앙 정부로 확장해 이 지사의 입지를 확대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실제 이 지사는 2018년 7월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 대한민국기본소득박람회를 만들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기본소득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땐 긴급 예산을 편성해 '경기재난기본소득'이란 이름을 붙여 1인당 1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명칭을 놓고 정부와 각을 세웠다. "지원은 시혜나 복지, 일회적 느낌이 강하지만 소득은 (세금을 낸) 국민의 당당함과 권리의 의미"라면서 "국민은 국가에 당당하게 지원이 아닌 소득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경기도가 정부 사업에까지 기본소득 개념을 연결 짓자 '과도한 설정'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무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공익형 직불금 제도는 설계 자체가 소농가 보호를 위한 것으로 기본소득과 연결짓는 것은 무리"라면서 "수사(修辭·Retoric)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농가의 75%를 차지하는 소농가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시행되는 공익형 직불금 제도를 개선하는데 지자체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정요건을 갖춘 농가에게 면적과 관계없이 연간 120만 원을 준다는 측면에서 기본소득 보장형이란 표현을 썼다"면서 "이외에 다른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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