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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개` 기대감에 들뜬 뉴욕 증시…카니발 등 관광株 급등 행진
입력 2020-04-28 08:45  | 수정 2020-05-05 09:07
`사우디 실세` 빈살만 왕세자가 사들인 `크루즈 관광업계 1위` 카니발의 주식은 그간 대표적인 손절매 대상으로 꼽혔지만 2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8.98%급반등했다. [사진 제공 = 카니발·트위터 / 편집 = 김인오 기자]

'실물 경제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심장부' 미국 뉴욕 증시가 거침없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뉴욕 상품거래소(NYMEX)에서 유가가 25% 폭락하며 우울한 한 주를 시작했다. 반면 같은 날 뉴욕 증시에서는 3대 대표 지수가 일제히 1%넘는 상승세를 기록하며 기대감 속에 한 주를 열었다. 지난 주말 부로 뉴욕·네바다·텍사스 등 주요 주 정부가 '경제 재개' 일정을 언급하면서 이에 따른 기대감으로 특히 크루즈선 관광·호텔 카지노·유통 업계 주가가 간만에 뛴 결과다.
월요일인 28일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직전 장 대비 1.51%오른 2만4133.78포인트를 기록했다. '대형주 중심' S&P 500도 1.47%오른 2878.48포인트를 기록했고 '기술주 중심' 나스닥은 1.11%오른 8730.16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아직 4월이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달 들어 S&P 500은 28일 기준 11.4%올라 한 달 기준으로는 지난 1987년 이후 최고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27일 CNBC가 전했다. 같은 기간 다우 지수도 10.1%올라 2002년 이후 월간 상승률이 최고치다.
월요일 뉴욕 증시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 리조트 사업을 하는 MGM 리조트(9.25%)와 플로리다 주에 본사를 둔 세계 크루즈 관광업계 1위 회사 카니발(8.98%)이다. 크루즈선 관광·호텔 카지노 업종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판데믹(COVID-19 전세계 대유행) 여파로 각 국이 봉쇄령을 선포한 가운데 관광 수요가 급감한 여파를 받아왔다. 최근 뉴욕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이들 업종 주가만큼은 바닥을 치면서 대표적인 '손절매' 업종으로 꼽혔지만, 28일 시장에서는 여전히 하락세를 달리는 델타·유나이티드·아메리칸 항공 등 항공주와 달리 가파르게 반등해 관심을 끌어모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알라메다카운티 프리몬트 소재 테슬라 전기차 조립공장. [사진 제공 = 테슬라·구글 / 편집 = 김인오 기자]
특히 코로나19사태 이후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겪은 카니발은 가까스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영향도 호재로 작용했다. 앞서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카니발은 자금 조달 주간사인 JP모건을 통해 지난 달 20일 엘리엇·아폴로·센터 브리지 파트너스·GSO 캐피털 파트너스·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으로 부터 15%이자율로 40~60억 달러 규모 자금을 조달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컨소시엄은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나중에 카니발 주식을 일정 부분 받는 식으로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컨소시엄 대출과 별개로 신용투자사인 식스 스트릿 파트너스는 카니발에 15억 달러 자금을 대주기로 했다. 특히 식스 스트릿 파트너스는 15억 달러를 카니발 담보부 부채(secured debt)를 사들이는 식으로 자금 지원을 해주기로 했는데, 이 담보부 부채는 나중에 카니발 주식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은 것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샀다. 카니발은 15억 달러를 빌렸지만 부채를 주식으로 바꾸면 상황에 따라서는 증시에서 추가로 50억~70억 달러를 더 모으는 효과가 있다고 WSJ는 전했다.
카니발은 '사우디아라비아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최근 주식을 대거 사들여 시장 관심을 끌었었다. WSJ의 이달 8일 보도에 따르면 PIF는 JP모건을 통해 카니발 전체 지분의 8.2%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수했다. 정확한 매수 시점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당시 카니발 주가가 올해 들어 75%이상 추락한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빈 살만 왕세자는 나름 저점에 주식을 매수한 셈이다.
유통 관련 업종 주가도 눈에 띄게 올랐다. 코로나19판데믹 여파가 겹치면서 니만 마커스·JC페니 등 대형 유통업체가 파산 길에 올랐지만 경제 재개에 따라 소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미국 백화점 체인 콜스(17.72%)와 '미국 최대 쇼핑몰 운영업체'인 사이먼프로퍼티(11.07%),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의류 브랜드 갭(12.9%) 주가는 10%넘게 뛰었다. JP모건(4.31%) 등 그간 고전하던 금융 주도 모처럼 상승세를 탔다.

27일 시장에서는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로 잘 알려진 테슬라(10.15%) 주식이 급등 또 했다. 테슬라는 다시 한 번 주당 800달러선 돌파를 앞두게 됐다. 이날 주가 급등세는 회사 경영진이 캘리포니아 주 알라메다카운티 프리몬트 소재 전기차 조립공장을 재가동하기 위해 직원 수십명에게 '오는 29일 업무에 복귀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하지만 테슬라는 이날 본 거래 폐장 후 거래에서 주가가 2.09%내려갔다. 회사 경영진이 '업무 복귀 메시지'를 취소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경영진은 알라메다 카운티 당국이 애초에 오는 5월 4일까지 공장 가동 중단 지시를 내린 점을 감안하고 업무 복귀 메시지를 냈지만, 카운티 측이 5월 말로 가동 중단 기간을 연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테슬라 공장 재가동 날짜도 미뤄지게 됐다고 CNBC가 전했다. 다만 테슬라 본 거래 상승분에 비하면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적다.
나스닥 기업 중 대부분이 상승세를 달린 가운데 '시총 1조 달러 기업' 애플(0.07%)만큼은 주가가 제자리 걸음했다. 경제 재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애플 아이폰 주력상품 생산이 대거 지연될 것이라는 WSJ보도 등 부정적인 소식이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WSJ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애플이 올해 말 새 아이폰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지만 전부 5G(차세대 네트워크)를 적용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에 한해 적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은 연말에 5.4인치, 6.1인치, 6.7인치짜리 3가지 사이즈로 신규 모델을 시장에 낼 예정인 바 이 모델에는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스크린을 사용할 계획이다.
'시기 상조' 우려 속에 미국 내 일부 주는 경제 재개에 나서고 있다. 조지아 주 등이 일부 활동을 재개한 데 이어 지난 주말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건설·제조 부문을 시작으로 이르면 5월 15일 이후 경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텍사스 주는 다음 달 3일까지인 방역 규제 기간을 추가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US뉴스가 28일 전했다. 라스 베이거스가 있는 네바다 주도 이르면 다음 달 15일 경제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네바다 주는 콜로라도 주와 함께 캘리포니아 주·오리건 주 등이 속해있는 '서부 지역 주 정부 협약'에 발 맞춰 경제 재개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할 예정이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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