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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라운지] 은행장실 없애고 문 활짝…`보수주의 타파` 공간실험
입력 2020-04-26 17:56 
은행의 보수적인 위계 문화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은행장실과 임원실을 개방하는 공간 실험이 잇따르고 있다. 직원들과 쓰는 층도 다른 데다 벽과 비서실로 막혀 있던 행장실 문이 활짝 열리면서 은행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린다.
2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27일 본점을 이전하는 한국씨티은행은 새 둥지인 서울 새문안로 씨티뱅크센터 건물에 은행장실을 없앴다. 통상 시중은행 본점엔 행장과 임원마다 독립된 방이 있는데 이를 없앴다는 것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은행장 근무 공간은 별도로 마련돼 있지만 벽과 문이 없는 열린 공간이라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건물 면적 특성상 행장과 임원들이 직원들과 업무 공간을 공유하진 않고 별도 층으로 구분돼 있다.
씨티은행 새 본점은 '스마트 오피스' 체제를 도입하면서 모든 공간을 개방했다. 스마트 오피스란 부서별로 자리가 정해져 있던 기존 사무실을 탈바꿈시켜 그날 그날 자리를 선택해 앉는 방식이다. 부서 간 칸막이를 낮춰 '애자일(Agile·민첩한)' 조직 운영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은행장실 문턱을 낮추는 건 씨티은행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해 서울 양재에 디지털혁신캠퍼스를 열면서 행장 집무 공간을 새로 단장했다. 이곳 역시 스마트 오피스 형태인 열린 공간으로, 행장은 반투명한 문으로 공간만 분리해둔 방에 머문다.
신한은행 글로벌 부문은 넓은 부행장실을 책상 하나 들어갈 만한 공간으로 축소하고 남는 공간엔 직원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쉴 수 있는 라운지로 리모델링했다.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출범 때부터 직원과 대표가 별도 구분 없이 같은 층,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은행권에 확산되는 주된 이유는 디지털 혁신이 중요해지면서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바꾸려는 '큰 그림'이 깔려 있다.
특히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도 위계적인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는 위기 의식도 자리 잡고 있다. 한 대형 시중은행 임원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업무 방식으로는 불완전 판매 등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는 게 지난해 국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남긴 교훈"이라며 "당장은 벽을 없애는 게 불편할지 몰라도 상호 소통을 정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취지에서 이런 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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