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슈퍼개미가 동학개미에게…"빚 투자 제발 금물"
입력 2020-04-26 17:30  | 수정 2020-04-26 19:09
주식투자만으로 2000억원대 자산을 일궈낸 '주식농부' 박영옥 스마트인컴 대표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자금 대이동(great shift)이 시작됐다"며 "부동산시장에 몰려 있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더 많이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대한민국 투자자들이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투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위기 속에서 기회가 있다고 보고 투자에 나선 것"이라고 '동학개미운동'을 정의했다.
박 대표 스스로도 위기를 통해 성장했다. 박 대표의 투자자산이 급증한 때가 서너 차례 있었는데 2001년 9·11테러, 2008년 금융위기, 2013년 남유럽 재정위기 당시 그야말로 퀀텀점프를 했다. 그는 "위기가 오면 주식가치가 급락하는데 그때 업종 내 1~2등 종목을 사두면 위기가 지난 뒤 그 종목들은 시장 지배력이 더 커지고 주가도 큰 폭으로 오른다"며 비결을 귀띔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언택트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공간에 대해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공간에 대한 재인식은 바로 부동산 가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으로 자금 이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동학운동은 실패했지만 지금 투자하는 사람들은 성공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외국인이 빠져나가는 자리를 개인들이 채우는 것은 이후 국내 증시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국내 증시가 환율이나 유가 지표 등에 지나치게 크게 출렁이는 것은 외국인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개인 비율이 높아지면 수급 불안으로 인한 변동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새롭게 투자에 나선 사람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우선 '빚 내서 투자하지 말라'고 했다. 그는 "어떤 종목을 분명히 사두면 오를 것이라고 확신이 들 때는 자기 돈뿐 아니라 남의 돈까지 빌려서 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그렇게 욕심을 부리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둘째 투자에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슈퍼개미'로 불리는 것을 싫어하고 스스로 '주식농부'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 대표는 "좋은 씨앗을 골라 심어서 키우듯이 투자를 해야 한다"며 "적어도 투자하는 종목의 비즈니스 모델이 어떤지, 업종 내 지배력은 어떤지, 경영자 평판은 어떤지 정도는 알아야 좋은 씨앗을 고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셋째 흔들리는 것은 주가 그래프가 아니라 투자자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는 "신중하게 선택한 종목이라면 매일매일 주가 변동에 불안해하지 말고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생산적인 자본시장으로 자금 대이동이 지속되고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장기투자를 권유하면서도 정작 장기투자에 대한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장기투자 문화가 정착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는 "좋은 종목을 사서 장기투자를 하면 노후 대비까지 되는 효과가 있다"며 "장기 보유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줘서 특히 65세 이상 은퇴자들은 배당소득세를 면제해 미국의 퇴직연금제도인 401K처럼 배당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또 "박근혜정부 시절 가계소득을 늘려주기 위해 종합배당소득세를 한시적으로 낮춰 효과를 본 적도 있다"며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방안을 고민하는 현 정부도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요건을 3억원으로 낮추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주주 요건이 낮아지면서 10조원 정도가 증시를 이탈했다"며 "3억원으로 내려가면 이탈 자금 규모는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기철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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