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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 젊어진 노인 `욜드세대` 잡아야 기업이 산다
입력 2020-04-26 17:11  | 수정 2020-04-26 19:29
"젊게 사는 시니어를 일컫는 욜드(YOLD·Young Old) 산업이야말로 한국이 개척해야 할 블루오션 시장입니다. 회사 이름을 걸고 욜드 산업에서 빛나는 성과를 내겠습니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이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밝힌 포부다. 1949년생으로 올해 칠순을 넘긴 노장이 펼치는 욜드 사업 청사진에는 마디마다 무게가 실렸다. 그는 "시니어를 단순히 늙은 사람으로 보는 관점을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일갈했다.
"작년부터 한국에서 태어나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아진 걸 아시나요. 60세, 70세를 넘었다고 무조건 사회 일선에서 물러나기만 한다면 한국 경제는 성장동력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아직 팔팔하게 뛸 수 있는 욜드가 더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죠. 앞으로 한국 경제는 어떻게 시니어 계층에서 사회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겁니다." 그는 60세를 노인으로 보고 '환갑 잔치'를 해주던 낡은 관점도 타파할 것을 주문한다. 이른바 '0.6곱하기 법칙'을 활용하자는 얘기다. 김 회장은 "과거 나이에 0.7을 곱하자는 얘기가 있었는데 시니어가 더 건강해진 요즘은 배수를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욜드 산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욜드 이코노미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이다. 올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 중 15.69%로 추정된다. 얼추 인구 7명 중 1명은 노인인 셈이다. 20년 후인 2040년에는 이 비율이 약 25%로 올라가고, 30년 뒤인 2050년에는 거의 40%대로 치솟는다. 노인 인구 증가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인구 중 40%나 되는 욜드 세대를 위한 생산·소비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는 것이 김 회장 진단이다.
"욜드 세대는 미래 한국을 이끌어갈 소비의 주체이자 생산의 주체로 올라서야 합니다. 그러자면 국가 차원에서 욜드를 바라보는 시각을 수정해야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은 욜드가 더 많이 소비하도록 시장을 개척하고, 정부는 욜드가 더 활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없던 시장도 생겨나고, 누군가는 새로운 기회를 잡아 시장의 주역으로 올라서게 되겠죠."
그가 이끄는 한미글로벌이 최근 위례신도시 시니어하우스 개발에 나선 것 역시 이와 관련이 깊다. 기존 천편일률적인 시니어주택 모델에서 벗어나 새롭게 규정되는 욜드 주택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탄탄한 하드웨어에 참신한 소프트웨어를 얹어 잘 돌아가는 최신 스마트폰 같은 멋진 공간을 탄생시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한미글로벌은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펼치는 '더 클래식 500'과 최근 위례 액티브 시니어하우스 사업 개발·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랜드마크로 만들어 한미글로벌이 바라보는 욜드 산업 구상을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그가 선진국 곳곳을 둘러보며 벤치마킹한 각종 프로그램을 모두 시도해보는 '욜드 테스트베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시니어시설 용지가 나와서 '바로 이거다' 하고 땅을 샀습니다. 땅 바로 옆에는 학교와 유치원이 있죠. 이곳을 욜드를 주축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겁니다. 집만 번지르르하게 만들어서 되는 게 아니에요. 기존에 없던 시스템과 스토리를 갖추는 게 최우선입니다."
김 회장은 수년 전부터 미국, 일본 등 시니어 시장에 대비해온 선진국을 벤치마킹해왔다. 김 회장이 내린 결론은 '콘텐츠가 핵심'이라는 단순한 명제다. 이를 위해 인근 유치원·학교와 연계한 시니어 봉사 프로그램을 만들고 대규모 공유시설을 갖춰 여러 형태의 교육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니어가 서로 쌓아온 지식을 나누며 돈이 될 만한 번뜩이는 영감을 교환하고, 이 과정에서 젊은 세대를 끌여들여 창업까지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 구도를 만들겠다는 야심도 있다. 전 세계를 선도하는 시니어하우스 모범단지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그가 보는 욜드 산업의 또 하나 중요한 관점은 '융합'이다. 욜드 산업이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산업이 한데 모인 '컨버전스 대폭발'의 대표 모델이라는 얘기다. 김 회장은 "미래 다수 기업은 욜드 산업에서 기회를 찾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격진료가 활성화된 중국에서는 이미 엄청나게 많은 의사가 화면을 통해 환자를 진료하고 있더라"며 "한국도 어느 순간에는 원격진료 문이 열릴 것이고 그렇다면 진료를 가장 많이 받는 실버 세대의 의료 서비스를 정보기술(IT)로 누가 어떻게 잘 구현하느냐가 관건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대가족 시대에나 어울리던 대형 평수 집 내부를 잘게 분할해주는 집 수리 업체가 등판하고 실버를 위한 전용 음식 제조 서비스, 쇼핑 도우미 서비스 등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분야 직업도 속속 쏟아진다는 게 김 회장 예상이다.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욜드 세대 인구의 폭발'이라는 '정해진 미래'가 있으니 거기에 맞는 해답을 찾기 위해 모든 기업과 정부가 뛰어야겠지요."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보이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와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24일 매일경제가 창간 54주년을 기념해 '욜디락스(Yoldilocks)'를 주제로 개최한 '제29차 국민보고대회'에서 깊은 공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욜디락스란 욜드와 골디락스(Goldilocks)의 합성어로 젊지도 늙지도 않은 욜드 세대가 주도하는 경제 부활을 의미한다. 65~79세 욜드 세대가 생산과 소비 생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경제에 새로운 주축으로 떠오를 것이란 메시지를 녹였다.
"국민보고대회를 보고 무릎을 탁 치며 '바로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얘기'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특히 욜드 세대와 젊은 세대를 묶어 창업을 활성화하자는 액션플랜이 인상적이었어요." 김 회장을 축으로 모인 'CEO 지식나눔' 모임이 최근 창업자 멘토링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다. CEO 지식나눔은 삼성·LG·SK·포스코를 비롯한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CEO와 임원을 역임한 시니어들이 모여 사회공헌을 하는 단체다.
▶▶ He is…
△1949년 경남 거창 △1973년 서울대 건축학과, 서울대 건축대학원(박사) △1973년 한샘건축연구소 △1984년 삼성물산 △1996년 한미파슨스 대표이사 사장 △2009년 한미글로벌 대표이사 회장 △2017년 한미글로벌 회장
[홍장원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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