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냉동실 문연다-에어프라이어 돌린다-갓 구운 빵 완성…우리 집은 베이커리
입력 2020-04-26 17:09 

30대 직장인 임선영 씨는 최근 생일을 맞은 지인을 위해 카카오톡 선물하기 코너를 살피다 '냉동 케이크'를 발견했다. 빵을 얼려먹는다는 것이 다소 생소했지만 따뜻한 커피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릴 것 같아 치즈케이크 하나를 주문했다. 남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건네주기 어려워 집 앞으로 배송되는 제품을 구입했다"며 "선물을 받은 지인이 '치즈케이크를 살짝 차갑게 먹으니 느끼하지 않고 개운했다'고 말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에어프라이어가 각 가정의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으면서 간단한 조리만으로 갓 구워낸 듯한 빵을 즐길 수 있는 냉동 베이커리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녀들의 간식이나 식사대용으로 냉동 베이커리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일반 로드숍 베이커리보다 가격이 20~30% 저렴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푸드의 베키아에누보 냉동 케이크는 이달 들어 일일 판매량이 지난 1월보다 257%가량 증가했다. 일반적인 급속냉동 공법와 달리 해동 후에도 식감과 향이 그대로 유지되고 썰었을 때 쉽게 부서지지 않도록 독자적인 제조법을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 또 오프라인 매장에 굳이 방문하지 않아도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장소에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는 분석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가장 인기가 높은 치즈케이크의 경우 뉴욕 정통 스타일로 엄선된 원료만 사용해 치즈의 깊은 맛을 살렸다"며 "전문점 수준의 프리미엄 디저트를 집에서 즐기기 원하는 수요 덕분에 냉동 케이크가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베키아에누보 케이크는 신세계푸드가 운영 중인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디저트를 가정에서도 편히 즐길 수 있도록 파티쉐들이 별도 개발한 제품이다. 지난해 11월 론칭 초기만 해도 '레어프로마쥬 케이크', '구스타스토 리코타 케이크' 등 3종에 불과했지만 SSG닷컴, 마켓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탄 덕분에 최근 라인업이 7종으로 늘어났다. 신세계푸드는 다음달 크레이프 케이크, 쇼콜라 케이크 등 신제품 2종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완제품 형태인 케이크뿐 아니라 냉동 RTB(Ready-to-Bake) 제품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최근 크로와상과 와플을 결합한 '크로플'이 인기를 얻으면서 냉동 생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가장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곳은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의 고메 베이커리는 식사 대용의 베이크와 간식으로 즐길 수 있는 생지로 구성돼있다. 베이크는 바삭한 페스츄리에 불고기, 각종 야채, 치즈를 담은 '불고기 페스츄리 베이크'와 치킨, 치즈를 넣고 크림소스로 맛을 낸 '치킨 페스츄리 베이크' 등 2종이다. 빵 반죽을 급속 냉동한 생지는 크로와상, 후랑크페스츄리, 플레인스콘, 크림치즈파이, 애플턴오버 등 5종이다.
무엇보다 고메 베이커리는 CJ제일제당의 차별화된 제분·발효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에어프라이어 간편 조리에 최적화돼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빵의 수분함량을 높여 촉촉한 식감을 살린 덕분에 CJ제일제당은 이달 고메 베이커리 매출이 전월 대비 2배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올초 출시된 롯데제과의 냉동 베이커리 브랜드 '생생빵상회'도 지난달 누적 판매량이 7만6000개를 넘어섰다. 생생빵상회는 에어프라이어에 구워 먹는 발효냉동생지 4종과 전자레인지로도 조리 가능한 간식용 조리빵 3종 등으로 구성됐다. 발효냉동생는 125년 전통의 유럽 기술을 차용해 국내 설비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정통 페스트리의 식감을 그대로 살렸다. '갈릭 소시지빵', '감자마요 찰볼' 등으로 구성된 조리빵은 구울수록 풍미가 살아나는 벨기에산 '리골레또' 발효종을 사용했다.
아워홈도 지난해 2종에 이어 올해 3종의 냉동 베이커리를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에어 허니버터브레드'와 '에어 크로크무슈'는 월평균 매출이 12%씩 증가할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에어 허니버터브레드는 칼집을 낸 통식빵에 꿀과 버터를 바른 제품으로 생크림이나 바닐라 아이스크림 등을 곁들여 먹기에 좋다. 에어 크로크무슈는 식빵 사이에 햄과 치즈, 베샤멜 소스를 바르고 모짜렐라 치즈와 체다치즈를 올려 바삭하게 구워냈다. 아워홈 관계자는 "냉동 베이커리는 유통기한이 길고 조리 당시의 식감과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주요 매출은 카카오톡, 아워홈 식품점몰 등 온라인 채널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냉동 베이커리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른 만큼 이를 공략하기 위한 식품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냉동 베이커리 시장은 2018년 171억원에서 지난해 250억원으로 70%가량 성장했다. 올해 신장세는 한층 가팔라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베이커리 시장에서 냉동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에 못 미친다"며 "걸음마 단계인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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