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창군 기념일에도 안나타난 김정은…`건강이상설` 증폭
입력 2020-04-26 15:35  | 수정 2020-05-03 15:3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둘러싼 건강이상설이 확산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2주째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 북한 인민혁명군 창건 88주년 기념일에도 공개 행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건강이상설'이 수그러들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창군 88주년 기념일 관련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놨지만, 이와 관련한 김 위원장 행보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김일성 전 주석이 이끈 만주 항일유격대가 조직된지 88년이 됐다는 것을 상기하면서 '혁명무력' 선전에 집중했다.
다음날인 26일 조선중앙방송은 "김정은 동지께서 삼지연시 꾸리기를 성심성의로 지원한 일꾼들과 근로자들에게 감사를 보내셨다"고 보도했지만, 여기에도 김 위원장 관련 사진이나 영상은 없었다. 북한 매체들은 김일성 훈장 수훈자들에게 생일상 수여(4월 21일), 시리아 대통령에게 답전(4월 22일)을 보내는 등 최근 김 위원장 관련 간략한 동정만을 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마지막 공개행보는 지난 11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정치국 회의를 주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생일이자 최대 명절인 지난 15일 태양절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으면서 신변 이상설이 제기됐다. 이어 미국 CNN방송이 지난 20일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한 이후 지금까지 여러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와 통일부 등은 며칠째 "북한에 특이동향이 없다"며 김정은 건강이상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외국 언론과 분석기관은 김 위원장에게 무언가 변고가 있다는 정황을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21일과 23일 촬영된 위성사진 분석을 토대로 원산 휴양시설 인근 기차역에 김정은 전용열차로 추정되는 열차가 관측됐다고 25일(현지시간) 전했다.
38노스는 "이 열차는 21일 이전에 이곳에 도착했으며, 23일에는 출발을 위해 위치를 조정한 것처럼 보였다"며 "그러나 언제 출발할지에 대해 어떤 시사점도 없었다"고 분석했다. 38노스는 열차가 김 위원장의 행방이나 건강 상태와 직접 관련성은 없으나, 그가 해당 지역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위성사진만으로는 김위원장이 수술을 받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로이터통신과 일본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북한에 의료진을 파견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26일 중국 공산당 관계자를 인용해 "베이징시의 인민해방군총의원(301병원)이 의료진 50여명을 북한에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의료팀은 북중 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함께 북한에 입국했다"고 덧붙였다.
301병원은 중국 공산당 최고위 간부들의 건강 관리와 치료 등을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아사히신문은 의료진 파견이 김 위원장 치료 목적이 아닌 코로나19와 관련한 양국 협력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로이터통신도 중국이 의료진을 포함한 대표단을 지난 23일 북한에 파견했다고 베이징발로 전한 바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김 위원장 건강에 관해 조언하기 위해 의료 전문가 등로 구성한 대표단을 북한에 파견했다고 보도하고, 이것이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무엇을 시사하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장기간 잠행과 '건강이상설' 보도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당시에도 북한은 이에 대한 직접 대응을 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건강이상설도 북한이 김위원장 관련 사진이나 육성을 공개해야 풀릴 전망이다.
한편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는 25일 해병대 연례상륙훈련과 한미연합훈련 등을 거론하며 "남조선군부 호전세력들의 호전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이날 '날로 무모해지는 반공화국대결망동' 기사에서 "남조선군부 호전세력이 동족대결의 화약내를 짙게 풍기고 있다"면서 "얼마 전 포항 앞바다에서 육·해·공군 지원 밑에 벌어진 해병대 합동 상륙훈련이 그 예"라고 주장했다. 통일신보는 또 "남조선군부 호전세력들은 외세와 합동해 5일간에 걸친 연합공중훈련이란 것도 강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공군은 지난 20∼24일 지난해 미뤘던 연합공중훈련을 대대급 규모로 축소해 실시한 바 있다. 북한내 급변사태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한미가 전격적으로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한 데 대해 북측이 반발을 하고 나선 것이지만, 비난 수위는 높지 않았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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