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안나푸르나 한국인 실종 100일째…동행한 네팔인 시신 발견
입력 2020-04-25 14:39  | 수정 2020-05-02 15:05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한국인 4명이 눈사태로 실종된 지 25일로 100일째가 됐습니다.

사고 직후 시작된 대규모 수색 작업이 기상악화로 중단돼 석 달 넘게 실종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온이 오르면서 눈이 녹고 한국인 일행과 동행했던 네팔인의 시신이 발견돼 한국인 실종자도 조만간 발견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충남교육청 소속 교사 4명이 실종된 것은 지난 1월 17일입니다.


이들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데우랄리 산장에서 하산하던 도중 네팔인 가이드 3명(다른 그룹 소속 1명 포함)과 함께 눈사태에 휩쓸려 실종됐습니다.

사고는 산과 계곡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지는 좁은 길에서 발생했습니다.

눈사태로 발생한 엄청난 양의 눈과 얼음 무더기는 길가 계곡 아래까지 밀고 내려갔습니다.

길옆 초입 부분은 눈·얼음 더미의 너비가 비교적 짧지만, 계곡 근처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넓게 퍼졌습니다.

KT 정보통신기술(ICT) 구조대를 이끌고 현장 수색에 나섰다가 귀국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실종자는 평균 10m 깊이의 얼음과 눈 아래에 묻혀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눈과 얼음이 두껍게 쌓인 탓에 현장 수색은 쉽지 않았습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눈사태가 계속 발생해 군경 수색팀은 1월 24일 수색을 잠정 중단했습니다.

2월 초 네팔산악가이드협회 주도로 민간구조전문가 25명이 현장 수색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철수했습니다.

KT 수색팀 소속 네팔인 요원도 2월 중순 드론을 띄워 현장을 수색했으나 역시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2월 말에는 실종됐던 다른 그룹 소속 네팔인 가이드의 시신이 발견됐지만, 한국인 일행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3월에도 폭설이 내리고 기온이 영하권에 머물면서 수색 작업은 재개되지 못했습니다.

4월 들어 눈이 녹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국가 봉쇄 조치가 걸림돌이 됐습니다. 네팔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발동한 이 봉쇄 조치 기간에는 수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사고 현장 인근 마을 주민이 자체 수색대를 꾸려 매일 현장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22일 한국인 교사 일행과 동행한 네팔인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이 네팔인은 한국인 일행이 고용했고 실종 당시 짐꾼(포터) 역할을 했습니다.

시신 근처에서는 한국인 실종자의 것으로 보이는 가방 등 유류품도 발견됐다고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다만, 한국인 실종자들은 네팔인이 발견된 지점에서 300m가량 떨어진 곳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 네팔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네팔인 시신 발견 지점은 사고 당시에도 눈이 많이 쌓여있지 않았고 햇볕도 잘 드는 곳"이라며 "반면 한국인 실종자 매몰 추정 지점은 응달인 데다 아직도 눈이 4∼5m가량 쌓인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조 당국은 하루에 눈이 10∼15㎝가량 녹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다음 달 초 이전에 실종 교사가 발견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주 네팔 한국대사관은 봉쇄 조치가 해제되면 네팔 당국과 협조해 헬기와 군인, 경찰 등 대규모 수색대를 투입할 계획입니다. 첨단 금속탐지 장비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도 현장에 눈과 비가 쏟아지는 등 날씨가 여전히 좋지 않아 수색 작업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 현장 인근 도시 포카라에는 현재 충남교육청 관계자 3명과 실종자 가족 1명이 머물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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