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종필 머문 고급빌라 앞 쓰레기더미 봤더니…
입력 2020-04-25 09:53  | 수정 2020-05-02 10:07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지난 23일 밤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까지 묵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성북구의 한 고급빌라 앞에서 라임 사태 기사가 포함된 본지 신문이 발견돼 그가 도주 중에도 사건 흐름을 꼼꼼히 파악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를 치고 도주한 피의자들이 숙소에서 신문, 방송을 보며 수사 상황을 체크하는 영화나 드라마 속 광경이 허구가 아니라 사실에 가깝다는 게 증명됐다는 분석이다.
24일 오후 찾은 해당 주택(고급빌라를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앞에는 낙엽과 함께 신문 일부, 영수증, 불법 주정차 단속 경고장 등이 담긴 쓰레기 더미가 놓여 있었다.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신문은 지난 18일(토요일)자 매일경제였다. 구겨진 채로 펼쳐져 있는 지면은 A16면이었다. 이날 매일경제는 해당 지면에 '라임관련 4900만원 수수 전(前) 청(靑) 행정관 영장 청구' 기사를 실었다. 서울남부지검이 라임 사태에 연루된 금융감독원 출신의 김 모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뉴스는 모바일이나 방송 등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신문을 직접 구해서 봤다는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인터넷이나 방송 뉴스도 보지만 신문에서 라임 사태 관련 보도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평상시에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해 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쓰레기 더미에서는 지난 18일 이들이 마트에서 구매한 영수증도 발견됐다. 영수증 구매 품목은 맥주, 소주, 라면 등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몸을 숨기고 있으면서 인근 마트를 드나들며 라면으로 끼니를 떼운 것으로 보인다. 안에서 피자를 시켜 먹었다는 증언도 있다.
한편, 이 전 부사장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팀장 등 3인은 이달 초부터 이 빌라에 머문 것으로 보인다. 의문의 여성이 한 달 계약을 문의한 후 모바일로 비용을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여성은 주인에게 이 전 부사장을 '삼촌'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이웃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게스트하우스가 운영될 때는 밤에도 항상 마당에 불을 환하게 켜 놓는다"며 "한 달쯤 전부터 불이 다시 켜져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영업을 재개했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주민은 23일 밤 체포 과정에 대해 몰랐다면서도 "(범죄자가 은신처로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 여기가 으슥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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