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월은 "꽃게 철"…올해도 서해에는 `중조`가 온다
입력 2020-04-24 11:34  | 수정 2020-05-01 12:08

꽃게 철을 맞은 올해 4월에도 어김없이 서해안 일대에 중국 조업선이 대거 출몰해 군경이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서해 5도 인근에 나타난 중국 어선은 하루 평균 56척으로, 꽃게 철이 시작되기 전보다 4배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났다.
해경은 지난해 특수 기동정을 단속 활동에 투입한 데 이어 최근 디지털 포렌식(법의학) 기술 개발에 착수하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중조'가 없는 날은 없다…많고 적은 차이뿐"
'중조'는 군 당국과 해경 관계자 등이 중국 조업선을 은어처럼 칭하는 줄임말이다.

서해 5도에서 해안경계 임무에 나서는 해군·해병대 장병이 상급 부대에 관측 사항을 보고할 때 거의 연중 하루도 빠지지 않는 현황일 만큼, 서해 쪽에는 중조 출몰이 흔하다.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평소 하루에 관측되는 중국 조업선의 수는 10여 척 남짓이다.
그러나 연중 꽃게 철인 4~6월과 9~11월쯤에는 맛·품질이 좋기로 유명한 서해 꽃게를 잡기 위해 중국 조업선이 대거 몰려들어, 많게는 한 장소에서 수십 척이 동시에 관측되기도 한다.
실제로 해경이 이번 달 들어 연평도 근해에서 퇴거 조치한 중국 조업선의 숫자만 해도 무려 326척에 달한다.
최근까지 백령도에서 근무한 한 예비역은 "21척까지 맨눈으로 관측한 적이 있다. 육상에서 퇴거 방송을 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해군이나 해경 선박이 직접 가까이 가서 사이렌을 울리면서 단속에 나서야 겨우 뱃머리를 돌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중조(중국 조업선)가 없는 날은 연중 하루도 없다. 많은 날과 적은 날 뿐"이라고 설명했다.
어민들 "가뜩이나 어획량도 적은데 남아나지를 않는다"
중국 조업선의 불법 어업활동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영해 침범과 우리 어민들의 어획량 감소 외에도, 중국 조업선이 '쌍끌이 어선'이라는 점 때문이다.
'쌍끌이 어선'은 두 배 사이에 매우 촘촘한 그물을 연결해 이동하면서 바다 밑을 훑듯이 조업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우리 어민들이 해양수산부 등의 규정에 따라 사용하는 그물과 달리, 그물망 간격이 매우 촘촘해 꽃게는 물론이며 물고기 치어까지 다 잡아들일 수 있다.
지난 2019년 동해에서 오징어 어업생산량이 전년 대비 82%가 감소한 것도 중국 쌍끌이 어선의 영향이 크다.
앞서 지난 8일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가 올해 봄어기 꽃게 어획량이 작년보다 8~35%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어촌계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인천항과 서해 5도 인근을 오가는 한 어민은 "어획량이 늘면 중국 조업선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며 "어족자원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우리(어민들) 생계도 큰일이고, 국민들도 해산물을 모두 수입해서 먹을 판"이라며 우려했다.
또 다른 어민은 "해마다 그 전년보다 안 잡힌다"며 "가뜩이나 (어획량도) 적은데 금어기에 치어까지 잡아가니, 도대체 남아나지를 않는다"고 전했다.
해경, 특수 기동정·디지털 포렌식 도입, 단속 나선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은 불법조업한 중국 조업선들이 GPS 항적 기록을 삭제해도 복원할 수 있는 디지털 포렌식 기술을 개발 중이다.
기존에는 중국 조업선을 나포할 때 선원들의 진술과 해경이 직접 촬영한 영상에만 의존해 조사해온 만큼, 해당 기술이 개발되면 불법 조업 행위를 입증할 증거 확보가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또 지난해부터는 연평도와 대청도 일대에 고성능 소화포를 장착한 55톤급 중형 특수 기동정도 배치해 단속 활동에 적극 투입해왔다.
특수 기동정에 부착된 소화포는 시간당 350t에 달하는 바닷물을 100m 이상 쏘아댈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서해5도특별경비단 하동렬 경위는 "(중국 조업선) 나포는 NLL(북방한계선)로부터 일정한 거리 이상 침범하면 이루어진다"며 "최근에는 넘어오기 전부터 퇴거방송·소화포 분사·차단기동 등을 해 아예 오지 못하게 쫓아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평도·백령도 등 접경지역에서는 (해경정이) 접근하면 중국 조업선들이 북상해 NLL 인근으로 간다"며 "NLL에 가까워지면 해경이 접근하기 어려워 해군 2함대 지원을 받아 같이 단속 중"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국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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