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라임 `키맨` 김봉현, `라임사태 피해자에 할말 없나` 질문에…묵묵부답
입력 2020-04-24 11:00  | 수정 2020-05-01 11:07

피해액 1조6000억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일으킨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46)과 라임펀드 설계·운용을 총지휘한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42)이 도주 5개월 만에 전격 검거돼 수사가 급물살을 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라임사태의 키맨으로 불리는 이들의 도주로 인해 서울남부지검 수사가 고비를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검거한 경찰이 이 전 부사장 등 2명만 먼저 서울남부지검에 보낸 상태라 라임사태 관련 구체적 사건 퍼즐은 5월 초중순께나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김봉현 검거전담팀은 전날 오후 9시께 서울시 성북구 모 빌라 앞 길에서 콜택시를 타고 외출 하려던 김 전 회장을 검거했다.
앞서 경찰은 공직비리, 지역비리 등을 주로 수사하는 지능범죄수사대 1팀(5명)을 김 전 회장 사건 담당으로 지정해 수사를 벌이다 검거전담팀을 만들어 수사진을 20명 규모로 확대했다.

이후 김 전 회장 관련 통신, 계좌추적, 주변인물 등에 대한 수사를 벌여 은신처를 찾아냈고, 현장에서 잠복근무를 하다 외출하려던 김 전 회장을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검거는 김 전 회장선에서 끝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을 검거하고 1시간 45분 뒤 경찰이 김 회장이 머물던 빌라 안으로 들어가자 5개월째 도피중인 이 전 부사장과 심모 전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PBS) 팀장이 함께 있었다. 장기간 수사망을 피해온 라임사태 주범들을 한자리서 체포하는 뜻밖의 수확(?)을 거둔 것이다. 경찰은 은신처에서 일부 도피자금도 발견했지만 액수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김봉현 검거 전까지 다른 도피자들의 (소재) 정보는 알지 못했다"면서 "김봉현 검거 과정에서 함께 있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경찰이 김 전 회장 등을 검거하면서 라임사태를 수사해온 검찰은 한결 가벼운 마음이 됐다.
하지만 이들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조사는 5월 초중순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경찰이 김 전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검거자들만 서울남부지검으로 신병을 인계했기 때문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라임사건과 별개인 김 전 회장에 대한 혐의를 먼저 수사한 뒤 절차대로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2018년 라임 자금이 투입된 수원여객 인수, 161억 원 횡령 사건과 관련해 김 전 회장을 쫓고 있었다. 경찰은 김 전 회장에 대해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김 전 회장은 구속전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다. 어렵사리 김 전 회장을 검거한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해 최소 5월 초까지 수원여객 탈취 의혹 등에 대해 면밀히 수사한 뒤 수원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다.
'선 라임사태 수사, 후 수원여객 횡령 사건 수사' 가능성에 대해 경찰은 "법의 절차에 따르면 쉽지 않은 시나리오"라면서 "영장 기간이 있는 만큼 김봉현 관련 부분을 충분히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5분께 수원여객 횡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전날 입감됐던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옮겨졌다.
김 전 회장은 수원남부경찰서에서 대기중이던 취재진으로부터 '라임사태 피해자에게 할말이 있느냐' '혐의 인정하느냐' 등의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은채 승합차에 올랐다.
경찰은 이날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수원여객 자금 161억 원을 빼돌린 경위, 함께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나 자취를 감춘 전 수원여객 경리 총괄 임원 행방, 도피 이유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의 수원여객 횡령사건 수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김 전 회장을 불러 라임사태 관련 조사를 본격화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라임 펀드 설계·운용을 총괄했고, 김 전 회장은 라임 자금을 자기 돈인 양 끌어다 쓰며 코스닥 상장사 등에 대한 '기업사냥' 행각을 벌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김 회장은 지난해 고향 친구 사이로 알려진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에게 4900만원에 달하는 뇌물을 건네고 라임 사태에 관한 검사 관련 정보를 입수한 혐의와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 스타모빌리티의 회사 자금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 재향군인회상조회를 인수한 뒤 300억원대 고객 예탁금을 빼돌린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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