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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현정의 직구리뷰]쫄깃한 ‘사냥의 시간’
입력 2020-04-24 08:0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어차피 우리, 더 잃을 것도 없잖아...”
서스펜스 그 자체다. 내용도 없고 개연성도 없지만 신기하게도 긴장감은 넘친다. 영양가는 없어도 쫄깃한 식감 이 매력적인, 영화 ‘사냥의 시간이다.
말 많고 탈 많았던 영화 사냥의 시간이 지난 23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됐다. 영화는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한 탕 작전을 벌이는 네 친구들이 정체불명 추격자로부터 끝없이 도주하는논스톱 추격 스릴러. 파수꾼(2011) 윤성현 감독이 9년 만에 내놓는 신작이자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그리고 박해수까지 초호화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았다.
배경은 현금 가치가 폭락하고 마약, 총, 시위가 난무하는 근 미래다. 주인공인 준석(이제훈) 장호(안재홍) 기훈(최우식) 상수(박정민)는 이렇다할 직업없이 시간을 허비하다 현실 도피를 위해 도박장을 털기로 한다. 한 탕 도둑질에 성공해 바깥세상 바닷가로 떠나려는 것. 하지만 위험한 모험은 결국 위험이 돼버리고 법의 테두리 밖 노력은 더 큰 불안감과 공포로 돌아오고 만다.
레드, 블랙 등 어둡고도 낯선 색채와 CG로 완성된 암울한 분위기에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력, 무엇보다 기교넘치는 사운드의 활용으로 새로운 색깔, 분명한 개성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총기 액션 역시 신선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부실한 알맹이가 문제다. 난해한 설정들과 불친절한 설명, 개연성 없는 전개로 후반부로 갈수록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군더더기 가득한 투머치 엔딩은 가장 아쉬운 대목.
냉혹한 사회 속에서 가장 귀하지만 연약하기에 짓밟히기 쉬운 청춘들의 절규가 이색적으로 그려지나 기대했지만 그저 철부지 절도점들과 사이코패스 킬러의 게임 같은 추격전이다.
곱씹을수록 허술하고 남는 건 폭력의 잔상 뿐. 높은 긴장감, 논스톱 질주에도 끝남과 동시에 영화적 쾌감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이유다. 왠지모를 찜찜함. 먹을 땐 맛있었는데 손을 떼자마자 후회가 밀려오는 묘한 배신감이랄까. 러닝타임 134분. 15세 관람가. 4월 23일 넷플릭스 공개.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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