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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박혜경 "20년 가수생활 최고의 무기는 히트곡…자부심 有"
입력 2020-04-24 07:01 
박혜경은 과거 히트곡을 넘어서는 곡을 다시 만날 때까지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제공|베네핏소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박혜경은 1995년 강변가요제 출신으로, 1997년 더더 1집 앨범 ‘내게 다시로 혜성같이 데뷔했다. 톡톡 튀는 목소리로 상큼 발랄한 러브송부터 처절한 이별송까지 넘나든, 2000년대 초·중반 넘사벽 여성 솔로 보컬리스트였던 그. 고백, 레인, 주문을 걸어, 너에게 주고 싶은 세 가지, 빨간 운동화, 레몬 트리, 안녕, 하루 등 그때도,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수많은 명곡선을 지닌 그는 자타공인 원조 고막여친이자 싸이월드 BGM으로도 큰 인기를 얻은 도토리 사냥꾼이었다.
"옛날 노래를 넘는 건,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해야죠. 운명처럼. 아니,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제가 그걸 하고 있더라고요. 다음엔 어떤 가사를 써볼까, 요즘 잘 하는 친구들은 어떤 노래를 들을까 연구하고 있어요."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세대 교체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거기다 뜻하지 않은 소송 연타에, 성대수술까지. 우여곡절로 점철된 지난 10년 세월을 지나, 어느덧 소싯적 박혜경도 미디어의 중심에서 다소 멀어진 4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하지만 트위터부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소셜미디어의 진화를 함께 해 온 그는 요즘 동년배 가수들에 비해 한 발 먼저 유튜브에 뛰어들어 다양한 영상을 제작 중이다. 그가 올린 영상 중엔 후배 가수들의 인기곡 커버도 있고,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도 있다. 최근에는 남자친구의 집에서 보내는 주말의 일상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유튜브 이야기를 꺼내자 박혜경은 "아직 구독자를 많이 모으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나쁜 댓글을 한 개도 못 봤다. 살다살다 별 일을 다 보네요, 언니를 유튜브에서 보고 이거 실화냐 원조 고막여친 등 반가운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닿을 수 없는 달나라 요정님이 지구에 온 느낌이라는 댓글에 빵 터졌다"며 웃음을 보였다.
수많은 박혜경의 팬들 중에도 찐 팬 1호는 단연 그의 남자친구다. 신곡 레인보우에 대한 남자친구의 반응을 묻자 "가장 박가수(남자친구가 박혜경을 부르는 호칭)다운 노래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오빠가) 박가수는, 모든 에너지와 창의력을 2030대에 다 쓴 것 같다고, 너무 지쳐보인다고.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충분히 했는데도 또 하고싶은 건, 어쩌면 욕심일 수도 있는데, 그래도 막 하고 싶은대로 하고 안되면 편하게 살으라고 하더라고요."
남자친구를 공개한 박혜경은 결혼 계획에 대해 "아직은 더 알아가고 싶은 단계"라고 답했다. 제공|베네핏소셜
평소 남자친구와 대화가 잘 통한다고 자부하지만 현재의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 또 다른 의미의 대화를 많이 나눴다는 박혜경. 유튜브에서 보여줬듯 남자친구의 집에서 텃밭을 가꾸고, 요리하는 모습을 공개한 만큼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볼 만 하지만 그는 결혼에 대한 질문에는 "더 깊게, 더 가까이서 더 알아보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언젠가 결혼하게 되더라도, 그냥 둘이서 조용히 할게요"라며 싱긋 웃었다.
이제는 어떤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는 박혜경. 그런 그에게 바람을 묻자 "정말 냉정하게 바라는 건, 너무 힘들게 살지 말자는 것"이라는 담담한 답이 돌아왔다.
"지금도 갑자기 사랑받으려 애쓰지 말라는 생각이 나서 메모장에 적어뒀는데요, 너무 애쓰는 삶은 후회가 될 것 같아요. 애쓴 뒤 밀려오는 허망감도 감당해야 하니까, 내가 견딜 수 있고, 버틸 수 있을만큼만 애쓰자. 그 이상을 하면, 브레이크 파열되고 타이어도 펑크 나죠. 요즘 (스스로) 좀 자제시키고 있어요. 자제시키며 하는 일이 유튜브죠 하하. 지금은, 견딜 수 있는 만큼만 시도하고, 오빠 말대로 하고 싶은 만큼만 하고 안 되면 그냥 편하게 생각하려 해요."
그럼에도 가수 박혜경의 무기는, 박혜경 그 자신이다. "과거 활동할 때도 그랬어요. 발라더는 많았는데, 어떤 장르나 색을 가지고 가는 사람은 없었죠. 그리고 제 최고의 무기는 히트곡이에요. 저를 몰라도 제 노래는 다들 아시거든요. 그 노래가 (김)건모오빠나 백지영씨 같은 (국민가요에 준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나를 20여년간 노래할 수 있게 양분을 깔아준, 거름 같은 노래들이죠. 그걸 생각하면, 언제라도, 제가 노래하는 걸 사람들이 불편해하지 않는? 그 정도 가수는 된 것 같아요."
박혜경은 "자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말을 이어갔다. "예전에 목 수술하고 아팠을 땐 누가 왜 노래 안 불러요라고 물어보시면 그까짓게 뭐라고 했었어요. 좌절해 있을 땐, 비뚤어져 있었죠. 그런데, 그게 아니죠. 엄청 소중한 거죠."
인터뷰 말미, 내 인생에 레인보우, 떴을까?라는 질문에 머뭇함도 잠시, 슬며시 미소를 지어 보인 박혜경이 답했다.
"노래를 다시 부르려고 하는 순간, 이미 뜬 것 같아요. 그런데 무지개는 영원하지 않잖아요. 계속 무지개를 기다리는 중이라 해야 맞을까요? 또 우연히 보면, 짧아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러면서 박혜경은 "역으로 생각하면, 내 노래가 무지개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무지개가 여러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것처럼, 노래도 공유할 수 있는 거니까. 내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무지개 같은 희망과 기쁨을 느꼈다면 성공인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psy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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