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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경기 논란, 야구 수준 반성이 먼저 아닐까 [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
입력 2020-04-24 06:00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144경기 수가 많다는 현장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진 왼쪽부터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류중일 LG트윈스 감독, 염경엽 SK와이번스 감독은 144경기가 너무 많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지도자들이다. 사진=MK스포츠 DB
144경기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각 팀 감독들은 공개적으로 올 시즌 144경기 강행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경기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흥미로운 것은 팬들의 반응이다. 적지 않은 여론이 감독들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다. 개막이 한 달 넘게 밀린 상황에서 144경기를 치르는 것이 무리라는데 동의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감독들이 헷갈려선 안 될 것이 한 가지 있다. 팬들이 무조건 감독들의 생각에 동조하고 있다는 착각이 그것이다.
팬들은 144경기의 많고 적음을 따지기 전에 한국 프로야구의 질이 이미 많이 떨어져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단순히 올 시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10개 구단 체제가 들어서며 가뜩이나 얇았던 선수층이 더 얇아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더블헤더나 월요일 경기를 추가하는 것이 부담이 된다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불만 표현은 책임감 없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10구단 체제는 모든 야구인들의 꿈이었다. 보다 많은 프로야구 팀이 생기면 고질적인 야구인 실업 문제도 해결의 단초를 찾고 전체적인 리그에 활기를 불어넣는데도 힘이 될 것이라고 야구인들은 주장했었다.
하지만 10구단 체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일자리가 조금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프로야구의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 대학 야구 졸업자의 90% 이상이 실직 상태에 놓이고 있다.

몇몇 야구인들은 과실을 따 먹었지만 10구단 체제가 됐다고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오히려 야구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막연하게 수준 논쟁을 하는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원하는 것은 받아내면서도 그만큼의 책임은지지 않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몇몇 감독들은 아직까지 마운드에서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투수가 태반이라고 한탄한다. 하지만 그런 선수들을 키워내지 못하는 시스템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는 없다.
보다 많은 선수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하면서도 프로 마운드에 세울 수 있는 제대로 된 투수를 키워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자책하는 야구인은 찾기 힘들다.
팬들이 수준 논쟁에 힘을 보태주는 건 그만큼 답답한 야구를 보고 있는 탓이다. 미국에서 한국 야구를 중계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을 때 적지 않은 팬들이 낮은 수준을 걱정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반성은 늘 두 번째 문제다. 무리수라는 반발만 있을 뿐이다. 144경기가 힘들다는 반발만 있지 어떻게 하면 나아질 것인지에 대한 답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
선수가 부족한 건 제도의 탓도 있지만 그만큼 선수를 길러내지 못한 지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일단 그 부분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것이 먼저 아닐까.
144경기 논쟁이 이기적인 투정으로만 비춰지진 않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야구인들의 의무일 것이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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