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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강국 `韓물류센터` 폭풍성장 베팅
입력 2020-04-23 17:46  | 수정 2020-04-23 19:49
◆ 레이더 M ◆
"글로벌 국부펀드 연기금 등이 중국 내 물류센터를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e커머스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핵심 '길목'인 물류센터를 장악해 위험은 작게, 수익은 크게 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보입니다."
2014년 홍콩 출장 당시 현지 자산운용사 관계자가 전해준 새로운 투자 트렌드다. 그의 전언대로 불과 6년 만에 물류센터는 연 5~6%대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과 더불어 '몸값' 상승에 따른 자본 차익까지 안겨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언택트 경제 부상은 이 같은 투자 추세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연기금을 중심으로 국내 물류센터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연기금 APG, 캐나다 연기금 CPPIB, 그리고 홍콩 물류플랫폼 전문기업 ESR가 한국 물류센터에 20억달러(약 2조4600억원) 넘는 추가 투자를 결정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23일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전체 유통소비 중 전자상거래 비중을 뜻하는 전자상거래 침투율은 지난해 28.2%에서 2024년 38.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된 중국이 같은 기간 28.2%에서 40.4%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 경제 활성화는 이 같은 추세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최근 국내 대표 e커머스 기업인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4.2%나 늘어난 7조15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올 2월에야 본격화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분야 기업들의 약진은 이보다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부분의 e커머스 기업이 매출 증가에도 적자를 기록하며 소비자 효용만 늘리고 있는 반면 남몰래 웃고 있는 곳들이 있다. 바로 국내 물류센터 투자자들이다. 국내 e커머스 기업 대부분은 현금 소모가 상당한 데다 직접 보유에 따른 부채 비율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물류센터 주요 임차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물류센터 임대료는 3.3㎡당 3만270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 임대료인 2009년 3.3㎡당 2만4872원 대비 21.7%나 늘어난 수치다. 이로 인해 글로벌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 자금은 물류센터에 집중되고 있다. ESR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 쇼핑몰(리테일) 전문 투자 펀드가 기관투자가로부터 모집한 펀드레이징 자금은 2014년 80억달러(약 9조8400억원)에서 2018년 20억달러(약 2조4600억)로 75%나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시아 지역 물류센터 전문 투자펀드 자금 모집 규모는 89억달러(약 10조9500억원)에서 120억달러(약 14조7600억원)로 35%나 늘었다.
그래미 토레 APG 아시아 부동산부문 대표는 이번 투자건에 대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기에도 유연성을 보여주고 있는 물류투자 부문에서 성장과 투자를 위한 더욱 발전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며 "APG 연금 가입자들이 장기 수익 및 지속가능성을 달성할 수 있는 투자 기회"라고 설명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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