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폐·주식병합·자산가치 제로…美 원유상품도 난리
입력 2020-04-23 17:38  | 수정 2020-04-23 21:42
원유선물지수상품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투자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을 놓고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미국 증시에 상장된 세계 최대 원유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잇달아 주식병합에 나서고 있다. 이들 상품은 국내에서도 최근 한 달 새 1500억원 이상 투자됐다. 유가 급락으로 상장 최소 조건인 주당 1달러 가격조차 맞추기 힘들어지자 쪼그라든 상품을 일단 연명시키기 위한 자구책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운용자산 50억달러(약 6조1475억원)가 넘는 세계 최대 원유선물 ETF인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United States Oil Fund·USO)는 오는 28일 주식 8개를 1개로 병합하는 '8대1 주식병합'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병합 효력은 미국 시간으로 28일 장 마감 이후부터 발생한다. 주식병합은 USO 주가를 뉴욕증권거래소(NYSE) 최소 상장 기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이뤄졌다. 전날 이 상품 종가는 2.51달러로 1달러 선을 목전에 뒀다. 최근 폭락한 유가가 이대로 하락세를 이어간다면 상장 기준 미달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 병합이 이뤄지면 주가가 8배로 뛰기 때문에 주가가 1달러에 미달해 거래 중지되는 최악의 상황까지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레버리지 원유선물 ETF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불룸버그 원유(ProShares Ultra Bloomberg Crude Oil·UCO)'는 25주를 1주로 합치는 주식병합을 21일 결정했다. UCO의 경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유가 일일 움직임의 두 배를 추종하기 때문에 유가가 현재 수준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낙폭이 클 수 있어 병합 비율이 높았다.
업계에서는 주식병합을 놓고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ETF나 ETN의 주식병합은 시장에서 수명이 다한 상품에 인공호흡기를 다는 격으로, 이 같은 조치를 취해도 다시 유가가 하락하면 동전주 신세로 전락하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재차 병합하거나, 조기 청산에 나서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국내 투자자들도 병합 소식에 마음을 졸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한 달간 USO를 6788만달러(약 835억원), UCO를 5833만달러(약 71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두 상품 순매수 규모를 합치면 1552억원에 달한다. 미국 증시에서는 주식병합 등 청산을 막기 위한 조치가 이어지고 원유 ETN의 조기 청산도 줄을 잇고 있다.
ETN 지표가치가 '0'을 찍은 사례도 나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벨로시티셰어즈 데일리 3X 롱 원유 ETN(VelocityShares Daily 3x Long Crude Oil ETN·UWTIF)의 순자산가치가 21일 '0'을 찍었다며 해당 ETN을 소유한 투자자는 ETN 시장가격과 관계없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이 회사 3배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의 지표가치가 '0'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2일 한국거래소의 경고가 미국에서 현실화한 사례다. 거래소는 "WTI 선물 레버리지는 WTI 선물 가격이 50% 이상 하락하면 기초 지표가치가 0원이 되므로 투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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