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남미 투톱의 눈물…브라질 헤알화 최저 추락·아르헨 한달간 모라토리엄
입력 2020-04-23 16:40  | 수정 2020-04-25 17:07
21일(현지시간) CEPAL은 올해 지역 경제성장률이 -5.3%로 대공황 때(-5.0%)보다 더한 사상 최악의 침체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중남미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중남미 경제 규모1위인 브라질은 헤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를 갱신했고 2위인 아르헨티나는 1달간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 유예)을 선언했다. 코로나19피해와 더불어 글로벌 원자재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두 나라는 '자원 부국의 역설'을 경험했던 과거의 악몽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
당장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앞으로 1달(30일) 동안 세 가지 외채에 대해 이자를 지불하지 않겠다"고 22일(현지시간) 선언했다. 마르틴 구스만 경제부 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 데스타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사실상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 상태에 들어갔다"면서 "민간 해외 채권단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기존에 3년 간 채무 상환을 연기해달라고 제안한 것을 받아들일 지, 거부할 지 여부를 다음 달 8일까지 최종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이처럼 강경한 태도로 나온 이유는 20일에 블랙록과 아문디, 피델리티, UBS 등 주요 글로벌 투자사로 이뤄진 해외 주요 채권단 세 곳이 정부의 채무 재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16일 정부는 세 채권단에 빚진 원리금 총 662억달러(약 80조8000억원) 규모의 외채 재조정을 추진하면서 3년 간 채무상환 유예와 더불어 이자 62%·원금 5.4%를 삭감한다는 내용이 담긴 재조정안을 제시했는데 20일 채권단은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며 난색을 표했다. 다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구스만 장관의 스승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파리클럽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에 대한 채권단은 다른 나라 부채에 9%선의 높은 금리를 매긴다"면서 "이런 고금리에 따르면 빚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채무국이 빚을 갚고 싶어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파리클럽은 지난 1956년 아르헨티나 부채를 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채권국이 모인 것을 계기로 구성됐는데, 민간이 아닌 국가 차원 20여개국 비공식 협의체다.
해외 채권단이 최종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재조정안을 거부하면 아르헨티나는 역사상 9번째 국가 디폴트를 맞게 된다. 이와 관련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앞서 "빚을 갚고 싶어도 갚을 수가 없다. 코로나판데믹 때문에 우리나라 빈곤율이 10%포인트 높아져 45~50%에 달할 것"이라면서 "바이러스 때문에 죽는 것보다는 가난한 게 낫지만 지금은 판데믹까지 겹쳐서 도저히 빚을 갚을 여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해 12월 취임한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과 다른 해외 채권단에 진 나라빚 총 3110억 달러 중 57%에 하당하는 1950억 달러 규모 외채를 우선 재협상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IMF는 다른 채권단과의 협상을 먼저 하라는 입장이다.

앞서 아르헨티나는 지난 1827년부터 2014년까지 디폴트를 8번 선언했다. 아르헨티나는 관광과 농산물, 천연자원에 의지하는 경제 구조 상 글로벌 경기 여파에 민감하다. 과거 정권의 환율 통제 정책 탓에 공식 외환시장과 '암환전 시장'이 공존하고 있어 외환 시장도 불안하다. 이런 가운데 '포퓰리즘→재정난·페소화 가치 추락→긴축재정→삼중고(高물가·실업률·환율)→포퓰리즘 부활'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외채 누적에 따른 디폴트 선언이 되풀이됐다.
한편 22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브라질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헤알화 가치가 5.46헤알로 떨어져 또 다시 사상 치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경제가 극심한 침체 양상을 나타내면서 다음 달 5∼6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1일 호베르투 캄푸스 네투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금융기관들이 기업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금리가 여전히 높다"고 밝혔다. 한때 연 14.25%까지 올라갔던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현재 3.75%로 내려간 상태다. 3.75%는 지난 1996년 기준금리 체제 도입 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글로벌 원자재 수요 급감과 유가 폭락세까지 겹친 가운데 21일 유엔 산하 중남미·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는 올해 지역 경제성장률이 -5.3%로 대공황 때(-5.0%)보다 더한 사상 최악의 침체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EPAL은 아르헨티나는 올해 -6.5%, 브라질은 -5.2%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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