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험장 분위기 느끼려`…高3들 학원서 `학평`
입력 2020-04-23 15:34 

서울 강남구 경기고 3학년 A군은 서울시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3월 학평)가 시행되는 24일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시험지를 받아 대치동 학원으로 갈 예정이다. 학원이 실제 학교 시험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학력평가를 볼 수 있도록 강의실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A군은 "친구들이랑 다 같이 학원에서 시험을 치르고 정답도 맞혀볼 것"이라며 "교실은 아니지만 학원에서 시험 분위기를 내보려고 한다"고 했다.
올해 첫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인 3월 학평이 24일 원격으로 진행되면서 실제 학교 시험장과 비슷한 분위기를 찾아 수험생들이 학원에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의식해 등교 시험을 취소한 교육부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고3 학생들은 3월 학평 시험지를 학교에서 받아오거나, 교육청 홈페이지와 EBSi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다. 교시별 문제지는 해당 교시 시작에 맞춰 온라인에 공개한다. 앞서 교육부와 보건당국은 온라인 수업 기간에 학평 응시를 위한 등교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밝혀 3월 학평은 재택시험으로 결정됐다. 전국단위 공동 채점과 성적 처리도 하지 않는다.
등교 시험이 취소되자 불안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학원으로 향하고 있다. 지방의 한 자사고에 다니는 수험생 B군은 24일 8시까지 학원에 가서 학평을 치를 예정이다. B군은 "학원에서 채점하면 어느 정도 내 성적 위치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집에선 집중도 안 되고, 원격 시험이지만 최대한 수능과 비슷한 환경에서 연습하고 싶다"고 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학평을 치를 수 있는 학원을 소개해 달라는 학부모 글이 이어졌다.

학원도 집단 시험을 부추기고 있다. 분당의 한 논술학원은 "학평 취소로 인한 나태함을 극복해야 한다"며 "3월 학평을 치를 강의실 10개를 준비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선 학원이 수험생의 불안감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학원이 감염확산 예방 및 학생 안전을 위해 원격 시험을 치르게 한 교육 당국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원에서 학력평가를 관리·감독해 주는 행위는 학원법 위반"이라며 "적발 시 등록 말소 등 즉시 시정조치하고 불시에 현장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다음 달 12일에는 경기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예정돼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음 달 5일까지 연장된 가운데 이후 교육부의 등교 개학 결정에 따라 경기도교육청의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행 여부도 갈릴 전망이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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