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차라리 해체"…통합당, '김종인 비대위' 잡음 계속
입력 2020-04-23 12:33  | 수정 2020-04-30 13:05

미래통합당 지도부가 4·15 총선 참패 수습을 위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지만 오늘(23일) 당내 찬반양론은 오히려 격화하고 있습니다.

대표 권한대행인 심재철 원내대표는 오후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만나 비대위원장 수락 여부를 매듭짓고, 본격적인 당 쇄신 작업에 착수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전권 요구를 놓고 당내 반발이 거센데다 전화 설문으로 비대위 전환을 결정한 방식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며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어, 비대위는 출범조차 하지 못한 채 난관에 봉착한 형국입니다.

21대 국회에서 4선이 되는 김기현 당선인(울산 남을)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의 지도체제가 전화로 몇 번 물어 임시처방으로 결정할 만큼 가볍고 사소한 사안이냐"라며 '김종인 비대위'가 정통성을 갖추지 못한 채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날 발표된 전화 설문조사 결과는 '김종인 비대위' 찬성이 43%, 조기 전당대회 찬성이 31%였습니다. 어느 쪽 의견도 과반을 점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럼에도 심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김종인 비대위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3선 고지에 오른 조해진 당선인(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은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 아침'에서 "이런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은 21대 84명의 당선자가 당을 스스로 다스리거나 개혁할 능력이 없는 정치적 무능력자, 정치적 금치산자들이라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무기한·전권 비대위' 요구가 "모욕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낙선한 김선동 의원(서울 도봉을)도 페이스북에서 "100석이 넘는 정당이 무뇌가 아니라면, 스스로 사심만 버리면 우리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들어낼, 이런 쇄신을 하면 국민들도 지켜봐 주실 거라는 것이 내 생각"이라며 자강론을 거듭 폈습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대표는 전날 밤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당이 망가졌기로서니 기한 없는 무제한 권한을 달라는 것은 당을 너무 얕보는 처사"라며 "차라리 '헤쳐모여' 하는 것이 바른길"이라고 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17일 라디오 방송에서는 '김종인 비대위'에 찬성했습니다. 일주일도 안 돼 '그럴 바엔 당을 해체하자'는 식으로 돌아선 것은 김 전 위원장이 2022년 대선 후보 선정까지 관여할 뜻을 내비친 것에 대한 반감이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김종인 비대위' 옹호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김 전 위원장을 대체할 수 있는, 경륜과 실력을 갖춘 중량감 있는 인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논리입니다.

21대 국회에서 당내 최다선(5선)이 되는 정진석 의원은 통화에서 "(통합당은) 그간 위기를 '자강론'으로 돌파한 사례가 없다"며 "'왜 김종인이냐'는 질문은 '중도 성향에 위기 극복 경험을 가진 경제전문가'라는 말로 설명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 의원은 심재철 원내대표에게 "현역 의원과 21대 당선인들의 합동 연석회의를 갖자"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당선자 총의를 모아 '김종인 비대위'의 시작에 힘을 실어주자"는 취지입니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다수 의견으로 갈 수밖에 없다. 비상 상황에서는 '다른 의견도 있었다'고 적어놓고 길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불가피성을 강조했습니다.

한편, 재선에 성공한 통합당 초선 의원들은 오후 국회에 모여 '김종인 비대위' 체제 등 당의 진로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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