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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의 야구생각] 불필요한 경기 수 축소 논쟁 ‘그만’
입력 2020-04-23 12:12  | 수정 2020-04-28 09:18
일부 프로야구 감독들이 144경기 수 축소를 주장하면서 소모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한국프로야구가 극적으로 5월 5일 개막한다. 코로나19의 위험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 예상보다 빨리 개막하는 건 가히 기적이라 할 만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그동안 방역 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야구장 내 감염을 철저히 통제하면서 개막을 준비해 왔다. 매주 번갈아 열리는 이사회와 실행위를 통해 개막일에 따른 경기 수 조정을 검토했다.
5월 초 개막이 갖는 의미는 크다. 팀당 144경기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5월 초였기 때문이다. 일주일만 늦춰졌어도 144경기 소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144경기 ‘사수를 당면과제로 정한 KBO로선 천우신조와 같다.
그런데 5월 5일 개막과 144경기 체제를 발표하기 무섭게 현장 감독들이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 이강철 kt 위즈 감독,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 등이 잇달아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경기 수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매우 불필요하고 사려 깊지 않은 행동이다. 감독들이 느낄 부담감을 이해 못 하는 것이 아니다. 정 144경기가 부담스러웠으면 이사회 결정이 나기 전에 구단을 통해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했어야 한다. 이사회는 결정하기 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다. 특히 실행위를 구성하고 있는 단장들은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 키움 히어로즈 등 세 구단을 제외하고 7명이 선수 출신이다. 선수 출신이 대다수인 실행위에서 144경기를 공감했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
한국프로야구는 코로나19 이후 어디로 갈지 모른다. 전 세계적 경제 대공황이 그려지고 있다. 올해 한국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은 기정사실이다. 벌써 프로야구 일부 구단은 임원의 연봉을 30% 삭감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한두 개 구단은 부도 내지는 매각이 진행될 것이란 흉흉한 소문도 돈다. KBO를 포함한 야구단은 어떻게든 출혈을 줄이고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이 판국에 시즌도 시작하기 전에 감독들이 경기 수를 줄이자고 나서는 것은 부적절하다. 144경기에서 128경기로 줄면 대략 구단당 30억 원에서 5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108경기로 줄면 70억 원에서 120억 원까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KBO가 144경기를 절대적으로 고수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144경기 체제로 가겠다는 의미다. ‘질이 떨어진다, ‘선수들 부상이 염려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건 치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경기 수 줄이자고 나설 게 아니라 선수 기용을 폭넓게 하는 등 다른 방법을 찾는 게 현명해 보인다. dhkim@maekyung.com MK스포츠 편집국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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