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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與 "1주택 실수요자 종부세 완화"약속, 표심 노린 사탕발림이었나?
입력 2020-04-23 09:41  | 수정 2020-04-30 10:07

4·15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정부가 12·16 부동산대책에서 발표한 원안대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 '1주택 실수요자 종부세 완화'를 약속해놓고 총선이 끝나자 마자 돌연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꿔 종부세 강화내용이 담긴 종부세법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원안대로 밀어붙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결국 여당의 종부세 완화 약속은 총선 때 표를 얻기 위한 달콤한 사탕발림에 불과했던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원칙적으로 12·16 대책을 4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했다"며 "야당과 일정이나 법안 내용에 대한 충분한 합의를 거쳐 이번 20대 국회 때 통과시키려 한다"고 했다.

하지만 총선 때 여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전 총리는 후보들 지원유세에서 1가구 1주택 장기보유 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 완화를 거론하며 지지를 호소했었다.
이 선대위원장은 지난 11일 민주당의 '험지'로 꼽히는 서울 서초·강남구를 찾아 "구민 여러분 가운데 지금 정부가 하는 일에 마음에 안드시는 일 있다는 거 잘 알고 있다"며 "저희들이 보완해야 할 게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중 하나가 부동산 세금이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저는 1가구 1주택 장기거주자 가운데 뾰족한 소득이 없는 분들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물리는 건 온당치 않다. 완화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앞으로 그것을 사려 깊게 현실화 해 나가겠다고 여러분 앞에 직접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 3구 등 고가주택이 밀집한 수도권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들도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감면 △장기 실거주자 종부세 완전 면제 △주택연금 가입기준 9억원 상한 폐지 등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전현희 후보(강남을)는 "자녀 교육시키려 어렵게 강남에 왔는데 부동산 세금이 무슨 일이냐"며 "우리당 김한규 강남병 후보와 같이 국회에 가서 이 전 총리와 함께 1가구 1주택 종부세 감면을 해낼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민주당이 총선 약속을 뒤집고 '종부세 강화'로 유턴한 것에 대해 "총선에서 예상을 초월한 압승으로 굳이 강남 표심을 얻지 않아도 2022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기존의 세금폭탄 및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종부세는 당초 주택 보유 부담을 강화해 부동산 투기수요를 억제하려고 2005년 도입된 제도다.
종부세는 매년 6월 개인·법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과 토지를 합산해 공시가격이 공제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이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이다.
주택의 경우 6억원(1세대 1주택자 9억원)이 넘을 경우, 종합합산 토지는 5억원, 별도합산 토지는 80억원을 넘길 때 부과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16일 1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 세부담을 늘려 집을 팔게 하기 위해 종부세율을 각 구간별로 0.1~0.3%포인트씩 인상했고, 민주당은 김정우 의원 명의로 이를 반영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주택 거래가 끊기고 부동산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든 마당에 여당이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더해 종부세 강화까지 추진하는 것은 상당수 국민들의 조세 저항을 부를 공산이 크다.
주택 구입 후 수십년간 재산권 행사를 하지 않았는데도 거주하는 주택의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실수요자들을 상습적인 투기꾼처럼 간주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과도하게 물리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KB은행 발표)은 9억1812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절반 이상이 이미 9억원을 넘었다.
더구나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때문에 서울의 경우 올해 주택공시가격이 14.75% 올라 2019년(14.01%상승)에 이어 2년간 폭등했다.
현 정권 출범 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정부가 주택 공급은 외면한 채 세금폭탄 및 대출규제 위주의 반시장 정책에 집착한 탓이 크다.
그런데도 여당이 자신들의 정책 실패는 감안하지 않고 15년 전의 종부세 잣대를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대고 있으니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이러니 1주택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세금 폭탄' '징벌적 조세'라는 불만과 원성이 터져나오는 것 아닌가.
민주당은 총선 승리에 도취해 '종부세 완화' 약속을 슬쩍 눙칠 일이 아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내뱉는 식의 정책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기 어렵다.
이제라도 종부세 기준 인상 및 부과 대상 조정을 통해 선의의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부동산정책을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
그것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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