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압박에…하버드대 "연방정부 지원금 안받겠다" 백기
입력 2020-04-23 09:03  | 수정 2020-04-30 09:05
미국 명문사학 하버드대학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연방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하버드대의 '지원금 반환'을 압박한 지 하루 만에 '백기'를 든 셈입니다. 프린스턴대와 스탠퍼드대를 비롯한 다른 명문대들도 잇따라 동참하고 나섰습니다.

하버드대는 현지시간으로 오늘(22일) 성명을 통해 "하버드는 '경기부양 패키지법'(CARES Act)의 고등교육기관 지원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하버드대는 "우리도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경제위기로 심각한 재정적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면서 "그러나 정치인들이 하버드에 초점을 맞추면서 지원금 참여가 어려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 교육부에도 우리의 결정을 통보하고, 하버드에 배정된 지원금이 신속히 재배정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하버드는 지원금을 반환하라. 그러지 않을 경우 다른 수단을 찾을 것"이라며 "정부 지원금은 근로자를 위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재단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발표된 2조2천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에 따라 하버드대는 약 900만 달러(약 111억2천만 원)에 달하는 지원금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이에 하버드대는 곧바로 성명을 통해 학생들의 긴급 재정 지원에 쓸 계획이라며 보조금을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아울러 하버드대가 받은 지원금은 중소기업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이 아닌, 고등교육기관 지원금 명목의 별도 보조금이라고도 해명했습니다.


그렇지만 수십조원대 기금을 보유한 명문사학까지 지원금을 수령하는 행태를 놓고 싸늘한 시선이 이어지자, 결국 지원금 반환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버드대 교내 신문인 '크림슨'에 따르면 지난해 하버드대 재단은 총 409억 달러(약 50조4천억 원)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대학 기금 중 최대 규모입니다.

다른 '부유한' 사학들도 잇따라 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프린스턴대학은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경기부양 패키지법에 의해 배정된 24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탠퍼드대학도 740만 달러의 지원금 신청을 철회했습니다.

스탠퍼드대는 성명에서 이번 코로나19 위기로 심각한 재정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면서도 "수많은 소규모 대학들에는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사추세츠 공대(MIT)는 지원금 신청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고, 듀크대도 아직 지원금을 받지 않았다고 정치 전문 폴리티코는 보도했습니다.

모두 막대한 기금을 보유한 명문 대학들입니다. 스탠퍼드대는 약 280억 달러, 프린스턴대는 260억 달러, MIT는 175억 달러의 기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그들은 돈을 받지 않을 것이다. 대단하다"며 하버드·스탠퍼드대에 감사의 뜻을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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