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라임운용 퇴출…신규운용사 만들어 자산 회수
입력 2020-04-19 20:27 
1조8400억원에 달하는 펀드 환매 중지 사태를 겪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을 퇴출시키고, 신규 운용사를 설립해 펀드 자산을 이관하는 정책이 추진된다. 환매 중지 사태 이후에도 200억여 원이 추가로 횡령되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원과 피해 펀드 판매 금융사들이 꺼낸 대책이다. 당국과 판매사들은 우량자산과 부실자산을 나눠 5년 이상이 걸릴 수 있는 펀드의 환매 과정을 보다 투명하게 진행시키겠다는 방침이다. 1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20일 오후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19곳과 신규 운용사 설립 및 환매 중지 펀드 해결을 위한 킥오프 회의를 개최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라임자산운용이 외부감사에서조차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당국과 판매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됐고,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며 "신규 운용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할 계획이고, 구체적인 방향은 킥오프 미팅 이후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신규 운용사 설립 방안은 금감원과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 대신증권, 신영증권 등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많이 판매했던 금융사들이 주도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20일 회의에서는 소규모 판매사를 포함한 19개 판매사가 사별 출자 규모 등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클린·배드뱅크' 성격의 새 운용사를 만들어 라임자산운용의 우량자산과 부실자산을 이관받는 안이다. 이관받을 새 운용사는 19개 판매사가 개별 출자를 진행할 전망이다. 배드뱅크는 금융회사의 방만한 운영으로 발생한 부실자산과 채권을 사들여 별도로 관리할 목적으로 설립된 구조조정 전문기관을 뜻한다. 클린뱅크는 부실 기관에서 우량자산만을 떼온 기관을 말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다량의 라임 펀드 판매를 맡았던 금융사가 보다 많은 출자를 하는 식으로 해결책을 구상하고 있다"며 "라임자산운용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고 단기간 환매를 강제할 경우 환수 금액도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장기적·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클린·배드 금융사를 통해 투명하게 환매 절차를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판매사들은 약 9400억원의 플루토FI 펀드와 약 3000억원의 테티스 펀드는 각각 클린·배드 운용사에 자산을 이관하고, 약 6000억원의 무역금융 펀드는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전담하는 방식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 3개의 신규 운용사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역금융 펀드를 별도로 하는 것은 신한 측이 전체 6000억원의 투자금 중 3600억원을 총수익스왑(TRS) 서비스 대출로 충당하는 등 사실상 운용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 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일종의 펀드 담보 자금대출이다. 계약 종료 시 일반 투자자보다 우선순위로 자금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무역금융펀드 자산을 회수하면서 신한금투가 개인투자자보다 먼저 회수하면 사회적 비난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신한금투가 라임자산운용이 환매를 중단한 전체 '모(母)펀드' 4개와 맺은 전체 TRS 계약 금액(자펀드 포함)은 6005억원에 달한다. 그 외 TRS 계약은 한국투자증권이 1567억원, KB증권이 1000억원, NH투자증권이 98억원 순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무역금융펀드는 신한금투가 TRS를 모두 제공한 만큼 '배드뱅크'에 대해서 전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부상한 것도 이런 이유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라임 펀드 부실자산을 회수하기 위해 운용사 설립을 논의하고 있는 것은 맞는다"면서도 "자본금과 투자금액을 판매사별로 어떻게 나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신한금투는 아울러 신한금융그룹이 '배드뱅크' 대주주로 참여한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아직 대주주를 누가 맡을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7일 라임자산운용의 감사를 맡은 성운회계법인은 "감사의견 근거를 제공하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 증거를 입수할 수 없었다"며 의견 거절을 표명했다. 성운 측은 "검찰조사 및 소송 문제로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한다는 합리적 예측이 힘들다"고 덧붙였다. 라임자산운용의 영업수익(매출)은 2018년 462억원에서 지난해 350억원으로 줄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2억원에서 5억원으로 급감했다.
■ <용어 설명>
▷ 배드뱅크 : 금융회사의 방만한 운영으로 발생한 부실자산과 채권을 사들여 별도로 관리할 목적으로 설립된 구조조정 전문기관
▷ 클린뱅크 : 부실 금융회사가 보유한 우량 자산과 부채만을 따로 인수해 재무건전성을 높인 금융회사
[진영태 기자 / 김규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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