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참패' 통합당, 항로 놓고 노선투쟁…'김종인 비대위' 논란
입력 2020-04-19 16:57  | 수정 2020-04-26 17:05

4·15 총선 참패로 '난파'한 미래통합당의 항로를 놓고 당내에서 노선투쟁이 벌어질 조짐입니다.

당장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같은 수습책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어떤 구원 투수가 오더라도 '땜질처방'에 그칠 것이라는게 당내의 지배적인 상황인식입니다.

이에 따라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은 통합당이 당의 뿌리인 '정체성'부터 진지하게 성찰하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유의동 의원은 오늘(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새 지도부 구성보다 중요한 것은 당이 이제 어떤 방향을 향할지에 대한 컨센서스"라며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유 의원은 황교안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붕괴한 당 지도 체제를 서둘러 재구성하는 것보다는 과반을 자신했던 통합당의 시각과 국민 판단의 괴리를 되짚고 그 원인을 찾는 '끝장 토론'이 수습의 선결 과제라고 제언했습니다.


당내에선 참패를 계기로 통합당의 핵심가치를 재정립하는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령 이번 총선에 불출마한 정병국 의원은 통합당의 제1의 가치인 '자유'를 '시민의 보편적 자유' 등으로 실질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통합당은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 사회주의가 될 것'이라 해왔다"며 "그런데 보수정당이 역사적으로 시민의 자유를 얼마나 생각했었느냐. 늘 자유를 부르짖으면서 국가, 반공을 위한 자유였지 않았느냐"라고 밝혔습니다.

이념적으로는 '친박', '태극기' 등 강경 우파와 '절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보수층에서도 극소수인 '아스팔트 우파'의 목소리가 유튜브 등으로 과대 대표되면서 통합당이 온건 우파·중도의 표심을 읽는 데 실패했다는 논리입니다.

서울 송파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탄핵 사기' 등을 외친 태극기 부대와 결별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다가 30∼40대가 등을 돌렸다"며 "통합당에 필요한 것은 과거와의 완전한 결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선 위기 극복을 위해 '김종인 비대위' 체제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미 심재철 당 대표 권한대행이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에게 비대위원장직을 타진한 상태이기도 합니다.

21대 국회 당내 최다선(5선)이 되는 정진석 의원은 통화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전제는 본인 결심과 당선자 중지가 모여야 한다"며 "이번 주 다른 의원들과 연락해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 역시 거셉니다. 21대 국회에서 3선이 되는 김태흠 의원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김 전 위원장 비대위원장 영입 시도가 당내 논의 없이 이뤄졌다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든 비대위 체제로 가든 당의 미래는 당내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툭하면 외부인에게 당의 운명을 맡기는 정당에 무슨 미래가 있겠느냐"며 사실상 '김종인 비대위'를 반대했습니다.

통합당은 내일(20일) 오후 본회의 전 총선 이후 첫 의원총회를 엽니다. 이 자리에서는 참패의 원인과 새 지도체제 구성을 둘러싼 격론이 펼쳐질 예상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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