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총선 여당 압승에 집 판다"…늘어나는 강남아파트 급매물
입력 2020-04-19 11:31  | 수정 2020-04-26 12:05

21대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강남권 아파트 시장에 급매물이 늘고 있습니다.

집주인들이 앞서 시장에 내놨던 양도소득세·보유세 절세 매물의 호가를 추가로 더 낮추는가 하면, 총선 결과를 보고 규제 완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다주택자들의 실망 매물도 나왔습니다.

반대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진 데다 총선 이후 급매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에 매수 대기자들도 발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입니다.

지난 주말 중개업소에는 집을 빨리 팔아달라는 집주인과 급매물을 찾는 매수 대기자들의 문의가 줄을 이었습니다.


오늘(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다주택 투자수요가 많았던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총선 이후 호가를 낮춘 급매물이 증가했습니다.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면서, 6월 1일 자로 과세되는 보유세를 내지 않기 위해 5월 말까지 잔금과 소유권 이전을 마치는 조건의 절세 매물이 대부분이다 보니 매수자가 나서면 하루 만에 수천만 원씩 가격 조정을 해주기도 합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총선 이후 1층은 17억5천만원, 3층 17억8천만원, 중층은 18억원 선에 급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최고 21억5천만원, 지난달 초에는 2층이 19억5천만원에 팔린 것에 비해 2억∼3억원 이상 떨어진 것입니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 76㎡와 전용 82㎡는 지난 18일 각각 18억3천만원, 20억2천만원에 '급급매물'이 나왔습니다. 이달 초보다 5천만∼7천만원 하락한 금액입니다.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보유세 부담 때문에 5월 말 잔금 조건으로 내놓은 초급매물"이라며 "총선 결과를 보고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의 규제는 물론 재건축 인허가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면서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파구 잠실 엘스·리센츠 등 일반 아파트 단지에도 다주택자들이 총선 이후 기존에 내놨던 매물의 호가를 더 낮추는 분위기입니다.

엘스 전용 84㎡ 로열동·로열층의 한 매물은 집주인이 당초 5월 말 잔금 조건으로 19억8천만원에 내놨던 것인데 총선 후 19억3천만원으로 5천만원 조정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 저층 급매물은 28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한강 조망이 뛰어난 로열동, 로열층의 호가는 여전히 34억원 선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로열층에선 30억원 이하에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 일대는 여당의 총선 압승으로 재건축 장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역시 5월 말 잔금 조건의 급매물 가격이 추가로 하락했습니다.

목동 신시가지 3, 5, 6단지 전용 64∼65㎡는 12억5천만∼13억5천만원, 신시가지 7단지 전용 66㎡는 층에 따라 14억2천만∼15억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5월 말까지 집을 팔아야 하는 집주인들이 잔금 지급일이 촉박해지자 기존 매물의 가격을 낮추는 분위기"라며 "절세 매물은 거의 다 나온 상태라 추가로 급매물이 더 늘어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총선 이후 급매물이 증가한 가운데 일부 지역은 대기 수요자들의 매수 문의도 늘어난 분위기입니다.

대부분 '급급매물'만 찾아 쉽게 거래가 되진 않지만, 고가주택은 대출이 막히다 보니 높은 금액에 전세가 끼어 있거나 동호수가 좋은 것들은 곧바로 거래가 성사되기도 한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들의 설명입니다.

일각에서는 최근 집값 하락기를 틈타 '똘똘한 1채'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양도소득세·보유세가 다주택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다 보니 비인기지역의 주택들 정리하고 인기지역의 집 1채로 갈아타겠다는 것입니다.

잠실의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강북의 오피스텔, 소형 아파트 등을 정리한 돈으로 강남의 아파트를 사두겠다는 30∼40대 젊은 층들이 꽤 있다"며 "일단 전세를 끼고 급매물을 사두고, 좀 더 자금을 모아 몇 년 뒤 입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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