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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원 앞에서 막고 이형범 뒤에서 막고…올핸 절친 소원 성취?
입력 2020-04-19 05:30 
이형범은 올해도 두산 베어스의 뒷문을 책임진다.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두산 청백전에서 150km대 빠른 공을 던져 화제를 모은 이동원(27)은 1군 문턱도 밟지 못했다. 우여곡절을 겪었던 그의 소원은 1군 잠실 경기에 등판하는 거다.
이형범(26)은 절친의 꿈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이동원이 앞에서 막고 이형범이 뒤에서 막으며 팀의 승리를 지켜내는 그림이 현실로 이뤄지기를 바랐다.
이동원은 친한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이형범”이라고 답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이형범은 미소를 지었다.
1년 전까지만 해도 두산에 ‘잘 아는 선수가 1명도 없었던 이형범이다. 프리에이전트(FA)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이적한 그에게 두산은 낯선 환경이었다. 먼저 손길을 내민 건 이동원이었다. 두 선수는 ‘같은 학번으로 생일도 두 달 차이다. 팀 내 또래가 거의 없어 단번에 친해졌다고.
이형범은 두산에 입단했을 때 잘 모르는 선수들이 많았는데 (이)동원이가 먼저 다가왔다”며 동원이와 늘 같이 있었다. 훈련할 때도, 훈련이 끝난 뒤에도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친해졌다”라고 말했다.
FA 보상선수 모범 사례가 된 이헝범이 빠르게 적응하며 두산의 마무리 투수까지 자리를 잡을 수 있던 데에는 이동원의 도움이 컸다.
올해는 거꾸로 이형범이 도와야 할 차례다. 이동원은 두산의 비밀병기다. 청백전에서 두 차례 등판해 2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제구가 잡힌 강속구는 위협적이었다. 그렇지만 청백전과 정규시즌은 다르다. 수술과 재활로 많은 시간을 보냈던 이동원은 1군 경험을 쌓아야 한다.

스프링캠프, 훈련, 청백전 등 팀 자체 일정 외에 절친과 동행하는 건 색다른 경험일 터. ‘같이 1군 경기에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켜내는 상상이 현실로 이뤄질 것 같다는 말에 이형범은 웃었다.
이형범은 동원이는 착하다.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선수여서 꼭 잘됐으면 좋겠다. (같이) 개막 엔트리에 등록되고, 앞으로 좋은 모습만 보여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동원이 1군에 데뷔할 때 이형범도 ‘버티고 있어야 한다. 두산은 최근 봄마다 마무리 투수가 교체됐다.
이형범은 마무리 투수로 시즌을 시작할 텐데 기대가 크다. 하지만 부담이 좀 더 크다. 중요한 자리인 만큼 책임감을 갖고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내가 주춤하면 자리를 내줄 수도 있겠지만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동원은 두산 베어스 청백전에서 150km대 강속구를 던져 화제를 모았다. 사진=천정환 기자
나란히 2012년 프로에 입문했지만, ‘격차가 있다. 이동원은 아직 출발선에 있다. 연봉도 이동원은 2700만 원이다. 이형범은 억대 연봉자(1억4200만 원)다.
그렇지만 이형범은 가지지 못한 걸 이동원은 갖고 있다. 150km대 공을 던지는 기분은 어떨까. 이동원은 지난 13일 청백전에서 속구 최저 구속이 151km였다.
스타일의 차이다. 제구가 장점인 이형범은 맞혀 잡는 투구로 호평을 받았다. 그래도 빠른 공에 대한 로망이 있다. 컨디션이 좋았을 때도 최고 147km다.
절친의 강속구가 부럽기만 하다. 이형범은 다른 팀 마무리 투수와 비교해 속구가 느리다. 좀 더 빠른 공을 던지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동원이는 150km대 공을 쉽게 던진다. 고교 시절에는 나랑 별 차이가 없었는데, 프로 입문 후 체중을 30kg 가까이 증량했다더라. 그만큼 근육양이 늘어난 거다. 그런데 난 아무리 먹어도 살만 찐다”며 푸념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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