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 韓언론이 홀대한 코로나 면봉…세계가 부러워한 옥동자였다
입력 2020-04-18 00:58 
비강에 투입돼 분비물을 채취하는 의료용 면봉 사용도.<출처=코판그룹>

"최근 수 주간 가장 심각한 문제는 10센트짜리 면봉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미국 검사키트 부족사태를 보도했다.
이 보도를 보면 뜻밖에도 양성 여부를 판정하는 검사키트보다 환자의 코와 목에 넣어 분비물을 채취하는 면봉 부족이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역설적으로 이 몸값 귀한 의료용 면봉은 지난 3월 한국에서 검사키트와 비교를 당하며 홀대 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가 아랍에미리트(UAE)에 '메이드 인 코리아' 진단키트를 수출했다고 홍보를 했다가 일부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

일부 매체가 "고난도 진단키트가 아닌, 면봉 수준의 수출을 가지고 자화자찬하는 것 아니냐"는 과잉홍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채취키트도 검사키트의 일부"라는 취지로 해명을 하는 등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한국 토종기업 노블바이오가 생산해 각국에 공급 중인 코로나19 채취키트. <출처=노블바이오>
그런데 매일경제 취재 결과 이 의료용 면봉은 최근까지도 해외 국가들이 한국 업체에 통사정을 해 자국으로 공수하는 코로나 대응의 핵심 품목으로 확인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해당 면봉의 원천기술을 가진 이탈리아 기업이 2011년 유독 한국에서 특허권을 얻지 못해 한국 토종 기업이 생산에 나설 수 있는 행운까지 있었다.
현재 검체 채취에서 최고 성능을 구현하는 의료용 면봉 기술을 가진 업체는 이탈리아의 코판(Copan)그룹이다.
이 업체는 2000년대 말 기존 의료용 면봉의 섬유 구조와 다른 특수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혁신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기존 제품보다 세포 샘플을 가두는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인 부분이 인정돼 지난 2011년 미국과 캐나다, 유럽연합,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순차적으로 특허권을 확보했다.
이탈리아 코판사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의료용 면봉 제품. <출처=코판그룹>
반면 유독 한국 특허시장에서 코판은 특허당국의 까다로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특허권 확보에 실패했다.
그 결과 2008년 설립된 노블바이오라는 토종 한국 업체가 코판과 비슷한 성능을 내는 의료용 면봉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올해 2월 불거졌다. 이탈리아에 코로나19 감염사태가 확산되자 코판은 '자국 우선공급' 원칙을 적용해 한국 등 주요국들에 면봉 공급을 중단했다.
결과적으로 노블바이오라는 토종 한국 업체가 없었다면 한국 역시 미국과 같은 면봉 부족 사태에 직면하는 구조였던 것이다.
당연히 코로나19 사태 초기 신천지교회 집단 감염 사태에서 한국 정부가 거둔 방대하고 신속한 진단 성과도 불가능했다.
한국 토종 업체가 코로나 사태 직후 2월에 생산한 물량은 40만개로 지난해 전체 생산량과 맞먹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코판의 오랜 특허권으로 인해 자국 내에 의료용 면봉을 만드는 기업이 전무한 유럽 국가들은 지금도 한국 토종업체 제품에 의존해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이 업체로부터 대규모 채취 면봉을 주 단위로 확보해 본국으로 보내고 있는 한 서유럽 국가의 고위 공무원은 최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지난달 한국 언론과 청와대가 UAE에 면봉을 수출한 것을 두고 껍데기 수출 논란이 있었다"라며 "이는 의료용 면봉 생산기업이 없는 다른 나라 입장에서는 코미디와 같은 풍경"이라고 씁쓸해했다.
이 고위 인사는 "한국은 2011년 코판의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번 팬데믹 사태를 슬기롭게 헤처나가는 귀한 동력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미국 의료기관과 대학이 3D 프린팅 기업과 손을 잡고 최근 개발한 의료용 면봉.<출처=폼랩스>
이와 관련해 의학용 면봉 부족 사태를 치르고 있는 미국은 최근 3D 프린터를 이용해 면봉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최근 노스웰헬스와 사우스플로리다대, 탬퍼종합병원, 3D프린팅 업체 폼랩스 등 4개 기관이 손잡고 3D 프린터로 의료용 면봉을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노스웰헬스 측은 특수 섬유 소재를 활용해 제작한 이 제품이 검체 채취와 보존에 상당한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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