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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제재개 선언·치료제 호재…`공포` 벗고 외국인 컴백
입력 2020-04-17 17:49  | 수정 2020-04-17 19:26
코스피가 한 달여 만에 1900선을 탈환한 17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셀코리아' 멈춘 외국인 ◆
코로나19 팬데믹 공포에 무차별적으로 주식을 팔던 외국인이 17일 마침내 긴 매도를 끝내고 순매수로 전환한 것은 '팔 만큼 팔았다'는 심리와 각종 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외국인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 유행, 즉 '팬데믹'으로 번진 3월 한 달간 코스피에서 12조5000억원어치 이상을 처분했다.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으로 퍼져나갔고 사태가 악화되면서 나온 결과였지만 '지나치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던 3월 중하순에 이미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과매도'란 이야기가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팔 만큼 판' 외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계기였다.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경제활동 재개' 발표는 좋은 트리거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장 마감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향후 미국의 3단계 경제활동 재개 지침을 발표했다. 이동이 막혀 경제활동이 사실상 마비됐던 미국이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하면서 예상보다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됐고, 이것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에 외국인이 컴백할 계기를 만들어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한국을 비롯해 일본, 홍콩, 중국, 대만 등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탔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소식도 호재가 됐다. 17일 장 시작 전부터 외신 등을 통해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가 개발한 코로나19 치료제 신후보 '렘데시비르'가 시카고 소재 병원에서 중증 환자 113명을 대상으로 투여됐고, 그 결과 대부분 환자에게서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은 많았지만, 임상 치료 결과가 구체적으로 언급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도 컸다.
특히 17일 외국인들이 그동안 집중 매도했던 삼성전자를 다시 대거 사들인 점이 주목된다. 이날 코스피 순매수 3180억원 중 80% 이상인 2600억원 정도가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1~3월 삼성전자를 무차별 매도했다. 1월 삼성전자 주식 2194억원어치를 판 외국인은 2월에 1조4246억원어치, 3월엔 무려 4조9334억원어치를 매도했다. 그러나 이날 외국인의 삼성전자 대량 매수로 4월 들어 누적 순매매에서도 2038억원 순매수로 전환됐다.
외국인이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한국 주식 비중 축소에 나서며 타깃으로 삼았던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를 다시 집중 매수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순매수 전환이 코로나19 공포에서 벗어난 데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증시 부진 국면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공포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이동 제한 조치도 조금씩 완화되고 있는데, 이 시기에 만약 확진자가 다시 확 늘어난다면 금융시장에도 위협이 된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록다운이 풀리면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수그러들던 코로나19 공포와 경각심은 다시 커질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올라간 주가가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극명히 반영되는 기업의 2분기 실적도 증시를 또 한 번 흔들 요인이 된다. 1분기 실적은 그나마 '선방'했지만, 2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것이 그대로 반영되는 시점이기 때문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 실적이 감소하면 코스피도 이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2분기 경제지표나 기업 실적은 예상보다 안 좋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것이 주가에 선행적으로 다 반영됐다고 보기엔 시기상조다. 또 한 번의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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