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낙연 당선된 종로 `교차투표` 벌어져…정당투표 1위는 미래한국당
입력 2020-04-17 15:33  | 수정 2020-04-24 15:37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4·15총선에서는 비례대표용 정당투표 1위 정당과 지역구 당선자가 속한 정당이 대다수 선거구에서 일치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등에선 이른바 '교차투표(분할투표)'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번 총선때는 서울지역 36곳에서 교차투표가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5곳으로 확 줄었다.
1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지역 선거구에서 교차투표 현상이 나타난 곳은 전체 49개 지역구 중 5곳으로 집계됐다. 해당 지역구에선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위로 당선됐지만, 비례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정당 투표에서는 미래한국당이 되레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교차투표가 일어난 대표적인 곳은 '대한민국 정치1번지'로 불리는 종로구다. 지역구 후보 투표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5만4902표를 얻어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3만7594표)를 압도했다. 두 후보 간 표차이는 1만7308표(18.4%포인트)에 달했다. 하지만 정당투표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당투표에선 반대로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3만987표를 획득해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3만539표)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 정당투표는 미래한국당에 하면서도 지역구 후보로는 이낙연 당선자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송파병, 강동갑·을, 중구성동을 같은 지역구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일어났다. 진선미 민주당 후보(8만361표)가 이수희 통합당 후보(7만4441표)를 5920표(3.8%포인트) 차이로 꺾고 당선된 강동갑에서 정당투표는 미래한국당(4만9341표)이 더불어시민당(4만2714표)보다 6627표를 더 획득했다.

개표 마지막 순간까지 접전을 벌이던 중구성동을에서도 박성준 민주당 당선자(6만4071표)가 지상욱 통합당 후보(5만8300표)를 5771표(4.7%포인트) 차이로 제쳤으나, 정당투표에선 오히려 미래한국당이 3025표 차이로 더불어시민당을 앞섰다.
'보수 텃밭'인 강남권에서는 드물게 진보정당이 강세를 보이는 송파병도 비슷했다. 남인순 민주당 후보가 김근식 통합당 후보를 1만3920표(9.2%포인트) 차이로 따돌렸지만, 더불어시민당(4만1923표)은 미래한국당(4만6452표)에 비해 4529표를 적게 득표했다. 서울내 대표적인 '스윙 지역구'인 강동을 역시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를 배출했으나, 정당투표에선 미래한국당이 1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교차투표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역구는 진보정당, 비례대표는 보수정당'을 찍는 유권자들이 많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해석에 회의적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진보 성향 유권자가 보수정당을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들은 정당투표에선 민생당, 정의당 등 다른 진보성향 정당으로 표가 분산됐고, 통합당 후보를 선택한 보수 유권자들은 정당투표에서 상대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 발생한 결과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래통합당의 공천실패가 이유가 될 수도 있으나, 전반적으로 미래통합당 후보들에 대한 호감도가 그 정당 지지도에 미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5곳을 제외한 나머지 44개 지역구에서는 당선자를 배출한 정당이 정당득표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선 이번 총선보다 훨씬 많은 36곳에서 교차투표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
※강동갑·을, 송파병은 관외사전투표, 재외투표, 거소·선상투표 제외한 수치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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