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전취식' 50대, 코로나19 여파로 갈 곳 없어 '빙빙'
입력 2020-04-17 14:10  | 수정 2020-04-24 15:05

"다른 사람이 계산할 거예요."

어제(16일) 오전 6시쯤 광주 북구의 한 편의점에서 남루한 행색의 남성이 게걸스럽게 도시락에 담긴 음식을 입안으로 들이밀었습니다.

170㎝가량의 키에 몸무게가 50㎏이 채 안 돼 보이는 이 남성은 50살 A 씨로 노숙인입니다.

편의점에서 어슬렁거리는 초라한 모습이 안쓰러워 한 손님이 6천 원 상당의 도시락을 사주고 떠나자, 그 자리에서 도시락을 순식간에 먹어치웠습니다.

그러나 밥 몇술은 A 씨의 오랜 배고픔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는 다시 편의점에 다른 과자와 음료를 한 아름 안고 다시 계산대로 향했습니다.

"아까 계산한 사람이 돈을 낼 거에요" 이렇게 말하고 말릴 새도 없이 다시 4만 원여 원 상당의 과자와 음료수를 순식간에 먹어치웠습니다.

결국 A 씨는 현행범 체포됐습니다.

A 씨가 배고픔에 무전취식 범행을 저지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3월에도 마찬가지로 편의점에서 돈을 내지 않고 음식을 먹었다가 체포돼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다른 범죄를 저질러 출소한 A 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무료 급식소 등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끼니를 해결할 곳이 없어 배고픔을 이기지 못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달여 만에 A 씨를 다시 마주한 광주 북부경찰서 형사들은 A 씨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한달여만에 하얀 얼굴은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처럼 마른 등 병색이 완연했습니다.

A 씨는 결핵을 앓고 있었고, 배가 아프다고 호소했습니다.

경찰은 그를 조사함과 동시에 그가 임시로 머물 곳을 알아봤습니다.


법무부의 출소자 보호시설은 정원이 다 찼고, 노숙자 쉼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폐쇄돼 갈 수가 없었습니다.

복지시설도 알아봤지만,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만 입소할 수 있었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119 구급대를 불러 주변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전에는 병원에 들어갈 수 없어 선별진료소가 있는 다른 병원으로 다시 옮겨졌습니다.

그곳에서 체온을 잰 결과 38도의 고열이 측정됐습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까지 나타나 지구대가 폐쇄되는 등 비상이 걸렸지만, 검사를 받기까지도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역 병원 선별진료소 사정으로 검사를 받지 못하고, 다른 대형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빠른 검사를 위해 다시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돼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습니다.

임시로 입원할 곳도 겨우 찾아 광주시립 제2 요양병원에 하루 입원했습니다.

A 씨는 결국 이날 오전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아 복지시설에 입소해 의료급여나 기초생활수급 지원 등을 받을 예정입니다.

A 씨가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까지는 경찰과 기초자치단체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경찰은 지자체, 복지시설, 병원 등에 수십여통 전화를 돌리고 목소리를 높이며 A 씨가 검사받고 치료를 받도록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광주 북구청과 북구보건소 직원들도 A 씨가 다른 지역에 주소지가 등록된 주민이었지만 관할 지역에서 발견된 노숙인이어서 현장에 동행하고, 지원책을 찾으려 밤을 새웠습니다.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의자, 피해자 지원 대책이 과거보다 버거워졌다"며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고 A 씨가 새 삶을 꿈꿀 수 있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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