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길 잃은 통합당…'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하나
입력 2020-04-17 12:22  | 수정 2020-04-24 13:05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에서 당 재건의 드라이브를 걸기 위한 첫 단추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습니다.

일부 당내 중진과 21대 총선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당 수습을 위해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기보다는 비대위 전환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개헌저지선을 간신히 넘긴(103석)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국민의 심판을 받은 이상 당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입니다.

비대위를 이끌 '수술 집도의'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김 위원장의 여야를 넘나드는 노련한 정치적 경험과 중도층에 호소력을 갖는 이념성향이 현재의 통합당에 필요한 리더십이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자칫 당권싸움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한편, 무너진 당을 추스를 시간적 여유를 벌자는 계산도 깔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합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차기 전당대회는 오는 8월 31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5선에 성공한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은 어제(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위기국면을 극복할 역할을 맡을 분은 김종인 위원장뿐이다. 다른 사람은 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김 위원장을 삼고초려 하기 위해 다음주 초께 당선인들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김 위원장이 당을 맡는 게 최선"이라며 "전당대회 전에 당을 바꾼 뒤 새로운 분위기에서 지도부를 구성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고 했습니다.

비록 김 위원장이 지휘한 총선은 대패했지만, 김 위원장이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천에 관여하지 않았고, 선대위 합류 시기도 늦었기 때문에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당 안팎의 여론도 있습니다.

무소속으로 대구 수성을에 출마해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선거 패배의) 책임이 없다. 아무리 명장이더라도 허약한 병사를 내세워서 전쟁이 되겠나"라며 "선거 참패의 첫째 원인은 '막 가는 공천', 막천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전 대표는 통화에서도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당을 안정시켜 놓고 전당대회는 9월쯤 해서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당 일각에선 비대위보다는 조기 전대를 치러 새로운 지도부에 당 쇄신을 일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3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은 통화에서 "당 쇄신을 외부인에게 맡길 수 없다. 그동안 비대위를 해서 잘된 경우를 봤느냐"며 "김 위원장도 선거 패배에는 황교안 전 대표와 함께 일말의 책임이 있고,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 지도부 중 유일하게 당선된 조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 시작 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빨리 전당대회를 치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과거처럼 비대위 체제로 길게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비대위든 수습대책위든 기간을 최소화하고 전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이번 총선에서 서울 용산을에 당선된 4선의 권영세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당 안팎에선 새 지도부를 꾸리는 논의만 눈에 띈다. 선거에서 처참하게 참패한 당이 고작 한다는 게 '감투싸움'인 것으로 비칠까 두렵다"며 "우리가 그동안 비대위를 만들지 않아서 선거에 졌는가? 철저한 자기반성이 먼저"라고 우려했습니다.

이날 통합당 최고위는 비공개회의를 열어 향후 지도부 구성 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 논의 중입니다.

조 최고위원을 제외한 최고위원 전원이 낙선했기 때문에 황 전 대표와 함께 사실상 '동반 사퇴'를 한 것이나 다름없지만 최고위가 비대위든 조기 전대 개최 등을 결정해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심재철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총선 중앙선대위 해단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체제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 하는 게 좋을지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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