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부접촉 없던 프랑스 핵항모서 코로나19 확산…무슨 일?
입력 2020-04-17 09:34  | 수정 2020-04-24 10:05

프랑스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샤를 드골 호의 항모전단 대원 668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어떻게 바이러스가 처음 확산했는지 오리무중입니다.

항모에서 첫 감염의심자가 발생한 직후 초동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과 함장이 상부에 작전 중단을 요청했지만 무시됐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16일) 프랑스 국방성에 따르면, 지난 14일 저녁까지 샤를 드골 항모전단 소속 장병 1천800여명이 코로나 19 검사를 받아 3분의 1이 넘는 66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샤를 드골 호 외에도 호위함인 슈발리에폴 호에서도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샤를 드골 항모전단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북대서양에서의 작전을 모두 중단하고 지난 12일 프랑스 남부 툴롱 해군기지로 서둘러 귀환했습니다.


확진자 중 31명의 대원이 해군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중 1명은 중증치료병상으로 옮겨졌습니다. 해군은 나머지 대원들은 모두 툴롱 인근의 해군 시설에 분산해 격리수용했습니다.

항모 대원들에 대한 코로나19 검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며,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대원들도 많이 있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3월 중순 이후 외부와의 접촉이 전혀 없었던 샤를 드골에 어떻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침투해 급확산했는지는 현재까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 해군에 따르면 항모전단은 지난 3월 13~15일 프랑스 대서양연안 브레스트항에 정박했다가 출발한 이후 외부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해군 측은 "일부 대원들이 브레스트에서 육지를 밟긴 했지만, 당시 아주 철저하게 개인위생수칙을 지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브레스트에서 출발한 지 3주가 지나자 샤를 드골 항모에서는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코로나19의 최대 잠복기인 2주를 훨씬 넘긴 시점이었습니다.

감염 의심자가 확인된 직후 곧바로 지휘부가 이들을 함내 병상에 격리하고 전 대원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대비에 들어갔다는 것이 해군의 공식 입장입니다.

함내 문손잡이와 램프 등 손이 닿는 곳에 집중소독이 이뤄졌고, 여러 명이 모이는 함상회의나 훈련도 중단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군의 이런 설명과 반대로 프랑스 언론에서는 항모 지휘부의 초동대치가 매우 미흡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는 샤를 드골의 한 대원의 말을 인용해 함상에서 2명의 의심환자가 나왔을 때 이들에 대한 격리조치가 즉각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대원은 "4월 3~4일쯤부터는 상황이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바이러스 차단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다른 한 대원은 이미 여러 명이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인 뒤 함장이 작전을 중단하자고 상부에 제안했지만 묵살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프랑스블뢰프로방스 방송과 인터뷰에서 "군이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놓고 장난을 쳤다"며 분노를 표했습니다.

프랑스군은 이런 제반 의혹에 대해 해군참모총장이 진상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국회(하원) 국방위원회도 오는 17일 샤를 드골 항모전단의 코로나19 확산과 대처에 대해 국방장관을 소환해 질의할 계획입니다.

샤를 드골은 중동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인 '샤말' 작전에 지난 1월 투입돼 후방 지원과 폭격 등의 임무를 수행한 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연합훈련을 위해 북대서양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샤를 드골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세계 두 번째 항공모함입니다.

앞서 미국의 핵추진 항모인 시어도어 루스벨트 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 지난 14일 기준 589명이 감염(사망 1명)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루스벨트 호의 승조원은 4천800여명으로, 샤를 드골 호(1천700명)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샤를 드골의 코로나19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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