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핫이슈] 미래통합당이 참패한 3가지 이유
입력 2020-04-16 09:32  | 수정 2020-04-23 09:37

21대 총선에서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이 참패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하며 위성비례정당을 포함해 단독으로 180석을 훌쩍 넘은 의석을 차지한 반면 통합당은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가까스로 넘겼다. 정의당과 국민의당 등 군소 정당들은 모두 10석 미만으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로써 양당 구조와 지역 편중은 더 심해졌다. 제1 야당의 몰락으로 정치 지형이 크게 바뀐 것이다.
통합당의 패인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통합당에 꼭 필요했던 변혁적 리더십이 부족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는 친박 등 기득권을 지키려는 계파를 개혁하지 못했다.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개혁을 밀어붙이다가 반발과 저항에 부딪치면 한 발 물러섰다. 현실에 타협하다 보니 당을 혁신해야 할 타이밍을 놓쳤다. 지난 2월 계파를 아우르는 통합당을 만들었지만 고질병은 없어지지 않았다. 선거 전날까지 이어진 공천 잡음과 막말 논란은 변혁적 리더십이 부족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둘째는 집권당의 정책을 넘어서는 대안과 비전이 없었다는 것이다. 총선에서 여당 심판론을 내세웠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였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기회로 삼으려면 비판을 넘어 국민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정책 대안을 발굴해야 했다.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메시지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어야 했다. 하지만 통합당이 제시한 대안은 그렇지 못했다. 너무 많은 것을 늘어놓아 핵심이 무엇인지 전달이 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계파마다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대안이라고 내놓은 정책들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간 것도 참패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덮었다. 정부 방역이 성과를 올리면서 통합당은 더 궁지에 몰렸다. 불리한 상황을 넘어서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통합당이 다시 살아나려면 3가지 패인을 극복해야 한다. 변혁적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 지도자를 찾아야 하고 여당도 고개를 끄떳일 만한 정책 대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불리한 상황을 극복할 불굴의 의지와 인내, 기발한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제1 야당이 제 역할을 해야 180석이 넘는 거대 여당의 독주를 막을 수 있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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